결국, 우리가 지키고 싶은 건 일상

#크고작은소란 #삶의고통 #이벤트들앞에서

by Moonjours

맘카페에 어제저녁에 소름 끼치게 놀랄만한 소식이 올라왔다.



방금 아이 납치 보이스피싱 전화받고 정신 나갔다가 돌아왔어요.




사실 요 며칠 전에는 경찰서에서 올린 듯한 공지글도 있었다.

한번 눈으로 쓱- 확인은 했지만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나도 그렇고, 아직도 그렇다.

나를 피해 가기를 바란다.

-그래서 모르는 번호는 받지 않겠다-


글을 올린 엄마는 녹음된 일부 목소리를 파일로 올렸다. 녹음에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울먹이는 아이의 목소리도.

(AI로 만든 거라던데, 듣고는 소름이 끼쳤다.)

남편과 함께 듣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심장은 방망이질을 했다.

진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나는 잠자리에 누운 지 한 시간이 넘도록 잠에 들지 못했다.


글을 올린 그 엄마는 어땠을까.....

몇 분 사이 지옥을 오갔을 것이다.

(결국 보이스피싱인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다행스럽게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절대 혼자 다니지 말고, 모르는 아이들 틈이라도 그 무리에 끼어서 다닐 것.

모르는 어른이 말을 걸면 즉시 엄마나 아빠에게 전화할 것.

(이미 하루 이틀 전에 교통사고 안전교육을 시켰고, 누구든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식도 받아먹지 말라는 교육도 했다.)



혹시나 납치시도 혹은 유괴가 일어날까 봐, 교통사고가 있을까 봐, 위험이 내 아이에게 닥칠까 해서 말이다.

일어날 가능성이 지극히 적지만, 엄마는 모든 것을 걸고 대비하고 싶다.

엄마의 걱정도, 불안도 여기서 시작하지만 아이의 안전도, 건강도 역시 여기에서 시작한다.

엄마는 아이의 '일상'을 지켜주고 싶다.




며칠 전 애정하는 동생에게 연락이 왔다.

얼마 전 출산을 한 동생은 아이에게 정밀 검사가 필요한 것 같다는 소아과 의사의 말에 소견서를 받아 대학병원을 예약했다고 했다. 하염없이 우는 동생과 함께 울면서 그 마음이 얼마나 무너져 내리고 아플지 짐작만 해보았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어마어마한 일 앞에.. 모든 엄마가 피하고 싶은 종류의 사건 앞에...

그저 마음을 굳게 먹고, 그래도... 그래도... 눈물이 나더라도 다시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하면서도 참 무력한 말들이라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들은 누구에게든 "위협"으로 느껴진다.

나를 흔들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흔들고, 삶을 흔드는 위협.

그래서 그것으로부터 악착같이 지키고 싶다.

나를 지키고 싶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과 일상을 지켜내고 싶다.

그저 평범하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우리네 일상을, 나의 모든 것을 걸고라도 지켜내고 싶다.


얼마나 될까? 덤덤하게 그러한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내 아이에게 닥친 위협을 의연하고, 상식적인 태도로 반응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알고 싶고, 온전히 회복될 수 있는 상황과 방법뿐만 아니라 내게는 닥치지 않아야 한다고 여겨질 그 상황에 대하여도 모두 알고 싶고 대비하고 싶을 테다.


아침마다 조용히 온 마음으로 기도한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지금의 시간을 전능자에게 드리며 부디 매 순간을 보살펴주시기를...






결국 우리 모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우리의 평범하고 지루하기까지 한 일상을 살고 싶다.

위협을 받을 때면 온 힘 다해, 목숨 다해 지키고 싶은 우리의 일상을 살고 싶다.

그러니 우리 모두의 일상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당신에게 있는 이 하루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다.

살아있다면 모두가 갖고 싶은, 잠시 벗어나 있다면 어서 되찾고 싶은 가장 소중한 목적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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