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경제 붕괴의 충격, 그리고 절제 사회의 도래
불이 꺼지고 있다.
서울의 금요일 밤, 한때 회식 인파로 붐비던 골목은 이제 조용하다.
호프집과 노래방의 간판이 잇달아 꺼지고,
거리에는 퇴근길 인파 대신 배달 오토바이만 스쳐 간다.
이 변화는 단순한 불경기가 아니다.
한국의 노동 문화, 소비 구조, 인구 구성이 동시에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회식은 더 이상 조직의 의례가 아니고, 술은 일상의 기본값이 아니다.
2030 세대는 “시간과 비용의 효율”을 우선시하며, 한정된 자원을 자신에게 투자한다.
퇴근 후의 시간은 더 이상 상사와 동료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자기 회복과 취향의 영역이 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야간 경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맥주 가격, 임대료, 인건비, 대출이자, 모든 것이 오르지만
지갑을 여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2024년 한 해에만 전국에서 49만 개의 개인사업장이 문을 닫았다.
그중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이 술집과 노래방이다.
이제 ‘밤’은 더 이상 도시의 성장동력이 아니다.
밤은 노동의 연장이 아니라, 소비의 종말을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다.
한때 한국 사회의 회식은 ‘조직의 윤활유’이자 경제의 순환 구조였다.
호프집, 노래방, 대리운전으로 이어지는 ‘밤의 산업 생태계’는
하나의 경제권이자 사회적 질서였다.
그러나 이 구조는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무너졌다.
강제 회식은 사라지고, 알코올은 점점 가벼워졌다.
“퇴근 후에는 각자의 삶으로”라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집단의 밤은 개인의 저녁으로 바뀌었다.
점심 회식이 늘고, 논알코올 회식이 등장하며,
밤의 산업은 시장을 잃었다.
회식은 단순히 줄어든 것이 아니라, 형태 자체가 해체된 것이다.
대리운전 시장의 붕괴는 ‘사라지는 밤’이 남긴 2차 충격이다.
회식 문화가 해체되고, 음주가 줄자, 가장 먼저 무너진 것은 ‘귀가의 산업’이었다.
한때 ‘부업의 왕’이었던 대리운전은
이제 기사들이 “콜 한 건 받기 어려운” 생존의 전쟁터가 되었다.
2000년대만 해도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2차, 3차 문화가 당연했다.
그러나 2020년대의 회식은 1차에서 끝나고,
무알코올 맥주나 하이볼로 마무리된다.
MZ세대의 절주는 윤리나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의 전략이다.
일찍 마치고, 지하철을 타고, 다음 날 피로를 줄인다.
그 결과, 대리운전의 핵심 피크 시간(22~02시)이 사라졌다.
콜은 줄었고, 시장은 구조적으로 축소되었다.
고금리·고물가·고임대의 3중 압박 속에서
직장인들은 지출을 줄이는 가장 즉각적인 방법으로 ‘유흥비’를 선택했다.
맥주 한 잔, 안주 한 접시가 사치가 되었고,
택시보다 비싼 대리운전은 ‘필요 없는 서비스’가 되었다.
대리운전비 2만 5천 원은 이제 퇴근길에 낭비하기엔 너무 큰돈이다.
직장인들은 이성적 절약을 선택했고,
그 합리적 판단이 모여 시장 전체를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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