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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브 Oct 01. 2018

브랜드 히스토리 (8): 보테가 베네타

상류층들에게 인기를 끈 은밀한 명품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는 1966년 미켈레 타데이(Michele Taddei)와 렌초 첸자로(Renzo Zengiaro)가 설립한 이탈리아의 럭셔리 패션 및 가죽 브랜드이다.

브랜드명은 이태리어로 ‘베네토(Veneto)의 아틀리에’를 뜻한다.

장인이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고품격의 가죽 제품을 통해 유명해졌으며 수작업으로 생산하는 특성상 규모를 키우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2001년 구찌 그룹 (현 케링 그룹)이 인수하고 수석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를 기용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가격대가 200만 원대부터 시작해서 8천만 원에 이르는 엘리트 브랜드로 부유층에게 인기를 끌었으며 2006년, ‘럭셔리 인스티튜트’ 조사에서 에르메스, 아르마니를 제치고 ‘브랜드 선호도 1위 브랜드’로 선정되었다.

또한, 기업복지와 쾌적한 근무환경으로 명품 업계 최초로 이탈리아 경제 일간지가 선정한 ‘2014 가장 일할 만한 직장’에 선정되었다.


1. 브랜드 특징 및 스타일 요약

1) 인트레치아토 기법

spottedfashion.com

보테가 베네타가 탄생한 이탈리아 북부의 비첸자 (Vicenza) 지역에는 예로부터 가죽 장인이 많기로 유명했다. 부드러운 가죽을 끈 형태로 잘라서 머리 땋듯이 엮는 기법인 ‘인트레치아토 필라티(Intrecciato Filati)’ 방식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바느질 없이 가죽을 엮어 완성한 가죽 제품은 뛰어난 내구성을 자랑하며 보테가 베네타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기술로 발전하였고 로고 없이도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지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보테가 베네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숙련된 장인들이었다.

한땀 한땀 수작업으로 완성되는 과정


2) 소수의 상류층에게 어필하는 은밀한 명품

보테가 베네타에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로고가 없다.

대신 장인 정신에 기반한 우수한 품질과 절제된 디자인, 희소성으로 승부한다.

당시 상류층은 과시적이고 로고로 범벅이 된 대중적인 유명 명품 브랜드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담백한 디자인에 고급스럽고 기능적인 보테가 베네타의 제품은 이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수작업으로 심혈을 기울여 제작되는 만큼 생산량도 적고 모조 제품이 있을 수 없는 희소성 또한 호응을 얻어냈다.  

특히 이 가죽 제품들은 도심뿐만 아니라 비행기, 해변, 리조트 등 다양한 장소에서 유용하고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여행 다니는 부유한 젯셋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눈에 띄고 유행에 민감한 ‘잇백(It Bag)’ 열풍이 위협해도 CEO 마르코 비차리는 “향후에도 로고가 있는 제품을 만들 계획은 전혀 없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과시하기 위한 명품이 아니라 오랫동안 소장 가능한 만족스러운 품질을 우선적으로 내세운 보테가 베네타가 진정으로 품격 있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닐까 싶다.  


2. 간략한 브랜드 역사

-1966년, 어릴 적부터 가죽 재단 기술을 익힌 미켈레 타데이와 렌초 첸자로가 최상급 가죽 제품 생산을 목표로 보테가 베네타라는 가죽공방을 공동 창립한다. 명품 브랜드들이 대부분 창립자의 이름을 따서 브랜드명을 지은 것과는 대조적.

-'인트레치아토' 기법과 절제미를 내세운 제품이 상류층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며 1970년대부터 해외에 진출, 뉴욕에도 단독 매장을 오픈한다.  


-그러나 수작업 생산이라는 특성상의 한계로 소규모 사업체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고 1970년대 후반, 창립자들이 브랜드를 떠나는 등 사업 확장에 혼란을 겪는다.  

-1980년, 창립자 타데이의 전처였던 라우라 몰테도가 브랜드를 인수했지만 무리하게 제품군을 확장하고 고유한 이미지에 맞지 않은 화려함을 앞세우며 브랜드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어갔다.


-2001년, 당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의 적극적인 권유로 구찌 그룹이 브랜드를 인수하고 독일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한다. 그는 에르메스에서 9년간 여성용 가죽제품과 액세서리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실력자로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작업에 앞장선다.

-그의 전략은 초기 브랜드의 고유함을 유지해 로고를 없애고 간결한 디자인에 집중하는 것. 1960년대 말 옛 광고 문구 ‘당신의 이니셜만으로 충분할 때’를 브랜드의 모토로 사용했다.

-2002년 선보인 그의 첫 컬렉션이 매우 긍정적인 평을 얻는다. 대표 상품인 카바 백(Cabat Bag) 역시 이때 탄생.


-2005년, 여성과 남성 의류 컬렉션을 안정적으로 론칭하며 브랜드의 규모를 확장한다. 이후 향수, 주얼리, 시계, 안경, 가구 등 새로운 카테고리를 내놓으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서 성공적인 리뉴얼. 구찌 그룹이 인수할 당시 전 세계에 17개였던 매장이 5년 만에 140개로 늘어났다.

-2006년, 숙련된 전문 장인을 양성하기 위해 장인학교 ‘라 스쿠올라 델라 펠레테리아(Scuola della Pelletteria)’ 를 설립한다. 총 3년 과정이며 학비는 무료에 장인으로부터 직접 핸드백 제조 기술을 전수받는다. 또한 비첸자의 여성 장인들이 설립한 ‘여성 협동조합’과 협력해 지역사회에 기여하기도.

-2013년, 새로운 사옥 겸 생산시설인 ‘보테가 베네타 빌라'를 세운다. 그 지역의 18세기에 지어진 유일한 저택으로 브랜드의 역사박물관과 5만여 종의 가방 원형을 보아놓은 보관소, 제품을 생산하는 작업장, 직원들을 위한 휴게 시설 등을 개설했다.


3. 시그니처 아이템

1) 카바 백

bragmybags.com

2001년에 브랜드의 재기를 견인한 상징적인 토트백. 역시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사용했고 바구니 같은 실용적인 스타일에 버클이나 장식, 로고조차 생략한 심플한 실루엣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명의 장인이 이틀간 작업에 매진해야 해 한 시즌에 오직 200개만이 생산된다. 나무틀에 가죽을 고정하여 가방을 제작하기 때문에 옆 선에는 봉제선이 없다.


2) 더 놋(The Knot)

작고 둥근 형태의 클러치 백으로, 매듭 모양의 잠금장치가 포인트이다.


3) 향수

보테가 베네타 향수의 특징은 여성 향수임에도 남성 구매자 비율이 높고 남성 향수 또한 여성 사용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주로 싱그러운 향, 흙, 소나무, 가죽 등의 자연의 향을 결합한다.

2014년에 토마스 마이어와 세계적인 조향사 다니엘라 앤드리어(Daniela Andrier)가 콜라보해 선보인 향수 ‘보테가 베네타 놋’은 클러치 ‘놋’의 매듭 부분을 그대로 옮겨놓은 케이스가 특징이며, 향긋한 장미 향으로 여성스럽다.

매듭 잠금 장치가 특징인 향수 보틀


4) 가구 및 홈 액세서리

2006년에 가구 라인을 론칭, 이후 로마와 피렌체의 생 레지스 호텔(St. Regis Hotel)의 스위트 룸에 가구를 놓았다. 가구에도 인트레치아토 기법을 적용하였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생레지스 호텔을 채운 보테가 베네타의 가구들


4. 예술, 영화계에서의 보테가 베네타

-유명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보테가 베네타의 열혈 팬이었다. 그와 그의 친구들이 크리스마스에 함께 보테가 베네타 매장에서 쇼핑을 즐겼다는 일화도 있고 1980년에는 보테가 베네타를 주제로 한 단편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1980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American Gigolo)’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가방이 뉴욕 상류층의 패션을 대변하는 소품으로 등장했다. 부유한 주부 역할을 맡은 배우 로렌 허튼은 영화 속 내내 보테가 베네타의 클러치 백을 들고 다니며 고급스러운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작년 보테가 베네타 5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에서 그녀는 73세의 나이로 영화 속 그 클러치를 들고 깜짝 워킹을 선보였다.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 중 한 장면
38년 후 똑같은 클러치를 들고 런웨이에서 영화 속 이미지를 다시 재연한 로렌 허튼

5. 광고 및 캠페인

1) ‘당신의 이니셜만으로 충분할 때(When Your Own Initials Are Enough)’

1971년, 보테가 베네타는 이 광고 문구를 통해 로고 대신 품질만으로 승부하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어필했다. 훗날 토마스 마이어는 이 옛 광고 문구를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을 규정하는 키워드로 낙점해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재정비하였다. 로고나 브랜드명으로 과시하지 않아도 충분히 고급스러워 보일 수 있음을 드러내며 럭셔리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다.


2) 최고의 아티스트와 협력하여 만든 광고

보테가 베네타는 캠페인 화보를 촬영할 때도 상업 사진과 거리가 먼 작가들과 작업하면서 예술성을 강조했다. 2015년 리조트 컬렉션 광고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와 제작했는데 갤러리에 전시될법한 ‘작품’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라이언 맥긴리와 작업한 2014년 리조트 컬렉션 화보

2014년, 향수 ‘놋 오 드 퍼퓸’의 광고와 크루즈 컬렉션은 포토그래퍼 데이비드 암스트롱과 작업했는데, 이 역시 조명이나 보정 작업 없이 100% 자연광으로 모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3) 홍보와 협찬은 지양

'은밀한 명품'이란 이미지를 내세우는 보테가 베네타는 셀럽들에게 제품을 할인해주거나 무료로 협찬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마케팅에 예산을 쓰는 대신 전 세계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이태리 본사에 위치한 작업실로 초청해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과정을 직접 관람한 직원들은 매장에서 손님에게 제품을 설명할 때 자신의 경험을 살려 좀 더 진정성 있게 손님들과 소통할 수 있다.


<참고문헌>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2838404&cid=43168&categoryId=43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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