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일상 에세이
나는 요리에 썩 소질이 있진 않다.
그래서 내 요리를 맛나게 먹어주는 사람에 대한 감사함이 두 배다.
오늘은 마음을 먹고, 윗집 라우라에게 약속한 오이무침을 만들어보았다.
무침이라는 느낌보다는 스파이시한 샐러드 느낌으로 가볍게 만들었다.
매운 양파대신 파프리카로 스파이시한 느낌을 덜었고,
인공적인 단맛보다는 자연적인 단맛을 훨씬 선호하는 독일 사람들을 위해
설탕대신 물엿으로 건강함(?)을 더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은 한 번도 이웃에게 권해본 적 없었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을 지레 겁을 먹고, 아는 척을 한다.
우리 큰아들은
“ 엄마 독일사람들이 진짜 싫어하는 맛이야, 이런 맛을 절대 좋아할 리 없다고!!!”
라며 나를 만류했다.
“ 아 몰라! 엄마는 그냥 시도하기로 했다!!! 기다려라 다녀올게!!! 아디오스! ”
그리고 나는 휘리릭 문을 열고 나갔다.
올라가니 라우라가 반겼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식탁에 앉았다.
한국사람 같았으면, 얼른 본인집 접시에 덜거나 아니면
잘 먹겠다며 내 접시를 받고 나중에 접시를 가져다준다는 말을 했을 텐데,
나도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저 안내해 주는 대로 따라갔다.
우리 라우라도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큰아들 파비도 있었다. 내가 종종 한국음식을 갖다 준터라,
흥미로운지 앞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파비가 너무 맛이 좋겠다며, 칭찬을 하고 있다고
라우라가 해석해 주었다. 우선 비주얼은 성공인듯했다.
그렇다면 맛은?
내가 얼굴을 드러낼 수 없으나, 스티커의 표정이 그들의 표정이었다고 단언한다.
정말 맛있어했다. 조금 맵긴 하지만, 너무너무 맛나다며
밥도 없이 그 오이무침을 남김없이 먹었다.
난 너무 맘이 좋아져서, 기념사진도 찍었다.
한껏 고개를 위로 올린 채 빈 접시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어본다.
난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대성공”
아이들은 말도 안 된다며,
본인들은 그렇게나 잘 먹는 오이무침에 젓가락질을 한번 더 하며
믿지 못하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그 모습이 귀엽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를 위해 열심히 달렸던 흔적이 이제야 보인다.
내 스웨터에 묻은 고춧가루와 흥건한 물,
이거 너무한 거 아닌가 싶다.
그래 ! 전장에서 최선을 다한 훈장이라고 치자.
피는 좀 흘렸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