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지가 독일에서 쓰는 동화
소나기를 찾아다니는 여인이 있었다.
소나기가 여인을 찾아 내리는 것인지
여인이 소나기를 찾아다니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여인의 만남에는 늘 소나기가 있었다.
다만, 어느 날은 소나기의 빗방울이 조금 덜했고,
어느 날은 거셌다.
또 어느 날은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에
눈을 뜨기도 정신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몸은 늘 축축했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에서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난히 거친 소나기가 내린 어느 날
축축함을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그녀는
소나기를 피하고 싶어졌다.
이곳저곳을 다니던 중 인적이 거의 없는
낯선 곳에서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나무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소나기는 잦아들었고,
마스카라와 범벅이 된 검은 빗물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안도감을 잠시 느꼈다.
그러나 사람들과 늘 함께였던 그녀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갑작스러운 평화에
큰 외로움도 느꼈다.
소나기를 맡을지언정
다시 사람들의 틈 속에 섞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 보이는
반짝 거리는 화려한 불빛들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소나기를 맡는다면 속이 시원하지 않을까?‘
그러나 걸을 여력조차 떨어진 여인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잠시 나무에 몸을 기댔다.
얼마가 지났을까 고개를 들어 보니
하늘은 온통 주황색으로 천천히 물들어가고 있었다.
비가 내리지 않는 하늘은 매우 아름다웠다.
여인은 자신도 모르게 그 순간에 몰입했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구름이 흐르듯 지나가고 있었고,
처음 경험해 보는 고요함을 느꼈다.
고요함은 슬픔인 것 같기도 했다.
밤이 되자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슬픔과 외로움이 짙어지자 우울함이 밀려왔고,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리지 않는 소나기에
마른 얼굴을 만지며
그녀는 조금 더 버텨보기로 했다.
한숨을 쉬며 고개를 위로 들고 본 하늘에는
나뭇가지마다 걸쳐진 별들이 있었다.
‘무’처럼 느껴지던 곳에 가지와 잎이 입혀지고
작은 풀벌레 소리도 입혀지며
‘공간’을 만들어냈다.
시간이 더 지나자
그 공간에 색이 입혀졌다.
색을 입히고 있는 빛을 따라 눈을 돌린 그녀는
저 멀리 떠오르는 태양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찬란한 빛을 뒤로하고
나무를 향해 걸어오고 있는 형체가 보였다.
그리고 덜컥 겁이 났다.
‘또 한 번의 소나기가 오면 어쩌지? ’
형체가 점점 커지며 여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여인은 급하게 작은 나뭇가지를 꺾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글자를 땅에 썼다.
‘“여기는 사유지임! 돌아가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