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선이 나를 향했지만, 아무도 나를 보지 않았다

그냥 내 인도이야기

by 영어하는 소시지

3개월 정도가 지났을까.. 드디어 발령이 났다. 첸나이라는 지역으로.


첸나이는 인도의 거의 남쪽에 위치한 도시이다. 거기에서 본격적인 내 인도생활이 시작되었다.

함께 온 한국분들을 뒤로하고, 난 홀로 기차에 올랐다. 처음 타는 기차를 여자혼자서 어떻게

몇 시간 동안 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다행히 큰 탈없이 첸나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기차역에서 내리자마자, 사우나에 들어온 것 같은, 그러나 역한 습함이 입과 코로 마구 들어왔다.


내 키만 한 이민가방을 질질 끌고 다니는 동양 여자 뒤로는 가방을 들어주겠다는 수많은 호객꾼들이 붙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수많은 호객꾼을 혼자 물리치고, 곧장 택시를 탔다. 그리고 주소를 보여주었다. Satyam회사에서 나름 제공한 호텔 주소였다.


도착한 곳은 무시무시한 외관을 가진 허름한 여인숙 같은 곳이었다. 방에는 아주 큰 침대가 놓여있고, TV가 한대 외에는 공간이 거의 없었다. 창문이 있던 것 같은데, 옆건물의 벽과 너무 가까워서 해가 들어오지 않았다. 어두웠고, 답답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에어컨이 한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낯설고 무서웠다.

그리고 철저히 혼자라는 사실도 느껴졌다.


당분간은 거기서 회사를 다녔다. 그럼에도 회사로 출근한다는 사실이 날 버티게 만들었다. 첸나이 Satyam 본사에서 회사사원증 등을 만들고, 나라는 사람을 회사에 등록하고 사원증을 만드는 데만 몇 날 며칠이 걸렸던 것 같다. 그리고 진짜로 내가 일해야 하는 부서가 있는 다른 곳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낯섦의 삼종세트를 경험하다 보니, 자포자기한 심정이 되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던 듯하다. 첸나이라는 낯선 도시도, 저녁이 되면 돌아가야 하는 무시무시한 내 방도, 그리고 함께 일해야 하는 동료들도 너무너무 낯설었다. 그리고 그 회사에서 일하는 외국인은 유일하게도 나 혼자였다.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시선의 대상이 되었다. 내 일거수일투족에 시선들이 따라왔다.


내 상사는 두 명이었는데, 회사 내에서 중역인 듯했다. 회사에 나오는 날보다 나오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너무 높은 직책에 있다 보니 나 같은 1년 해외인턴쉽으로 온 잔챙이에게 업무를 가르쳐줄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는 듯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할 일 없이 버텨야 했고, 그래도 간간이 던져주는 마케팅 조사 업무를 수행하려고 노력했다. 대부분은 시장조사를 하고 자기들의 업무 리포트에 들어갈 그래프나, 근거가 되는 숫자를 찾아내는 일이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 많이 부족했다. IT 분야와는 관계없는 전공자였기에, 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다. 그러니 내가 주는 어떤 결과가 만족스러울 리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랑 비슷한 또래의 인도여자분이 왔다.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내 업무를 대체할 사람이 온 거구나. 눈은 컴퓨터 앞에 있었지만, 내 귀는 나도 모르게 그 방을 향해 있었다. 하하 호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는 듯했다.


패배감에 눈앞이 아찔해지는 순간이었다.


난 어디에 있는 걸까? 난 무얼 하고 있는 걸까?라는 질문이 끝없이 내 머릿속에 쏟아졌다.

그렇지만 여전히 내가 가야 할 곳은 어두운 호텔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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