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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인 Jul 29. 2020

위선

언어를 넘어서든지, 언어에 굴복되든지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글은

마음에 닿지 않는다.


내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저 이런 멋진 생각을 하고 있어요.

상상력, 통찰력, 표현력 엄청 놀랍죠?

당신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서

세상 아름답다는 모든 말을 찾아왔어요.

그러니 저를 칭찬해주세요.

그리고 사랑해주세요.

제가 가치 있다고 말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가 쓸모없이 느껴져

견딜 수 없이 괴로워요.

당신의 사랑을 받을 수만 있다면

그게 요리법이든, 광고전단지든,

하물며 흔해빠진 사랑이야기든,

무엇이든 그럴싸하게 만들어 볼게요.

행복해도 불행한 것 마냥

밥만 잘 먹혀도 날마다 이별한 것 마냥

구구절절 우는소리를 내볼게요.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게 할 자신은 없어요.

저 조차도 쥐어짠 감정에 아무런 감흥이 없으니까요.

그보다는 이 책 한 권 팔아보겠다고

아등바등하는 저를 생각해주세요.

저를 향한 당신의 연민,

그 속에서 비로소 우리는 이어집니다.

그럴싸하게 책을 팔아보려는 저도

그런 책으로 기분이나 좀 내보려는 당신을

연민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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