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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실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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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명인 Sep 23. 2020

실패작1

내일 할 일, 아침에 일어나기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정확히 말하자면 줄어든 시간만큼 빠르게 닳고 있다.


하루에 절반 가까이를 잠으로 보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굳이 찾자면 아침에 일어날 이유가 없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가 너무 길다. 깨어있는 시간이 무료하고 괴롭다. 피곤함을 이겨내면서까지 얻어낼 가치가 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피곤함을 이기지 않는다. 쓴 인생에서도 그나마 잠든 아침이 달콤하다.


아침은 졸리다. 지난밤, 의미 없는 하루를 보낸 탓에 공허함에 시달려 잠들지 못했다. 너무 많이 자서 잠 자체가 안 오기도 하고. 방구석에 웅크리고 있으면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과 무엇도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아무것도 할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서로 또 치고받고 싸운다. 그러면 나는 그것을 핑계 삼아 게임으로, TV로, 드라마와 영화로, 유튜브로, 음식으로, 술로, 친구들로 도망친다. 그렇게 잠들지 못하다 아침 해를 보고야 지쳐 잠든다.


어느 하루,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트를 펴고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내일 할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이미 숱하게 적고 실패했던 내용들을 다시 또 써보는 것이다. 내일 계획은 당연히 어그러질 것이고 그렇게 그 다음날 계획을 세우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희망을 가지고 있는 나 자신이 우습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래,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도 다행이야 아직은. 스스로를 동정하며 그렇게 1번에 적었다.


'아침에 일어나기'


아침에 일어나고 싶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은 사람답게 사람 사이에서 섞이고 싶으니까. 나도 한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드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날마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생겨나는 살아있는 사람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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