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이전에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는 경험은 정말이지 생소했다. 어제밤 더위로 뒤척여 창문을 활짝 열고 잤다. 그 열기는 서늘한 냉기로 바껴있었고 창백한 파란빛이 쏟아졌다. 아프리카보다 기세가, 아니 기력이 좋은 5월이었고 일찍 일어나는게 어느때보다 쉬웠다. 새로운 세계가 내게 주는 자극은 거대했고, 나는 그렇게 또 미래로 한없이 떠밀려가고 있었다. 떠밀리고 싶지 않았던 마음까지 흔들리고 떠밀려서 혼란스러울 정도로. 그 흐름 덕분인지 난 점점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고 마침내 새벽 5시라는 기묘한 시간에 도달했다. 그리고 거기서 마주치고 말았다.
아프리카에서조차 느껴보지 못했던 상실의 서늘한 감각을. 상실의 대상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그 서늘한 감각은 정말이지 그 어느 때보다 묵직하고 깊게 다가왔다.
새로운 것은 무가치하다. 헛 것이다. 내가 소중하다고 여겨왔던 것. 그럼에도 과거에 두고 올 수 밖에 없었던 것. 그 것에 다시 닿고 싶다. 그 보드라운 살갗과 한없는 미소와 다정함으로 한없이 파고들고 싶다. 분열된 자아가 분명한 정체성으로 날 뒤흔들었던, 그런 서늘한 새벽 5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