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많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그 말들이 서로 다퉈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그래도 말하고 싶어.
아름다운 장및길을 걸은 줄 알았더니
그 가시에 할퀴어져 온통이 피바다였다.
붉은 장미인 줄 알았더니
내 피에 물들었을 뿐이었다.
걷지 말아야하는 길을 걸은 것만 같았고
돌아보니 다 내가 죽인 것만 같았다.
잊혀지길 바라는 내가 있고,
잊혀지지 않기를 바라는 내가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야 한다는 것.
그보다 잔인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또 찾아야 한다는 것.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어야 한다는 것.
그보다 더 더 잔인한 것은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게 되리라는 것.
너를 사랑했다는 사실.
왜 그것은 죄책감이 되었을까.
떳떳한 그리움이 부럽다.
한없이 속죄하고 싶다.
미안해. 날 용서해줘.
사랑한다고 말할수록
죽어가는 추억과
형용할 수 없는 자기 혐오에
숨이 쉬어지지 않아서
이 모든 것을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그만하자.
그리워하는 것.
지나온 길을 훼손하는 것.
가지 못한 길에 미련을 갖는 것.
나조차 이해할 수 없음에도
누군가의 이해를 바랐다.
온 세상이 합심해서 나를 구겼고
그렇게 점점 일그러지고 말았다.
이제는 매듭을 지어야 한다.
결국 언제나 사랑을 이겼던 도덕에게
사랑이 한 방 먹인 셈이다.
사랑을 했다.
인간으로서 드높은 꿈을 꾸었다.
잠깐이었지만 황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살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