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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온 Jul 24. 2017

있지 않음.

아주 없음.

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있다 보면, 난 언제 저렇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부러움이 넘실넘실 거린다.


하고 싶어하는 것들과, 멋있는 동료들과, 노력의 증거,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총합인 결과. 그 앞에 서 있는 당신들의 모양세. 그 모든 것들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 속 어딘가에서 격렬하게 흐느끼기 시작한다. 머리 밑이 울긋불긋 달아 올라, 긁어도 긁어도 없어지지 않는 열기처럼 온몸이 빨갛게 달아 오른다. 아직은 너무 먼 것들에 대한 욕망, 가까운 것들 가려 버리는 욕망을 없애려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본인에게 곧 도달할 수 있다는 말로 위로 하지만, 무게가 없는 먼지처럼 훅 하고 불어 날아간다. 시간이 지나도 어떤 것들은 아주 없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음의 상태로 잠겨 있을 뿐이다.


못 살고 있는 나를 보고 있다 보면, 욕망에 사로잡힌 나를 직시하다 보면, 내가 아주 없음이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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