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인간실격입니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展

by 아보퓨레
에곤 실레,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 아보퓨레


SNS에 에곤 실레의 그림 하나를 올렸습니다.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이란 그림으로 스물여덟에 단명한 에곤쉴레가 스물둘에 그린 그림이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이런 메시지를 보냈더군요. "이거... 인간실격이잖아?"

맞습니다. 친구는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을 읽은 듯했습니다. 민음사에서 낸 그의 소설 표지가 바로 에곤실레의 <꽈리열매가 있는 자화상> 이었기 때문이죠.


12월 3일, 우리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습니다. 걱정을 한 아름 앉고 잠에 들었고, 다행히도 아침뉴스는 그리 절망적이지 않았습니다. 제 머릿속에 며칠 전 친구의 메시지가 다시 떠오르더군요.

"이거 인간실격이네.."


에곤 실레의 그림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으로 돌아가볼까요. 이 그림을 그린 1912년에 에곤쉴레는 인간실격의 심각한 위기에 처합니다. 이 시기 그는 노이렝바흐(Neulengbach)라는 지역에 살고 있었는데요. 그의 연인 발리와 함께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었습니다. 시골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정말 평화로운 단어의 나열이 아닌가요? 그러던 그가 미성년자 유괴 혐의로 체포되고 재판도 받게 됐으니 정말 세상이 깜짝 놀랄 사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이러합니다.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고 있는 어린 소녀가 평소 알고 지내던 에곤과 발리에게 찾아와 자신을 보호해 달라고 한 것이죠. 소녀는 이후 빈에 할머니가 있다는 둥 거짓말을 하며 에곤과 발리의 곁에 더 머물고자 했고, 마음 약한 둘은 소녀를 며칠째 집에 돌려보내 않고 보호하다 신고를 당하게 된 것입니다. 평소 에곤실레가 성적인 그림을 많이 그렸다는 것, 그의 작업실에 비행 청소년들이 수시로 들락날락했다는 점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마을 주민들은 그를 인간 실격으로 판단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번엔 에곤 실레의 그림을 표지로 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이라는 소설을 살펴볼까 합니다. 이 소설은 작가의 자서전이라고 소개해도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작가 자신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요조는 여성과 동반자살을 시도해 상대방은 사망하고 자신만 살아남아 생을 살아갈 정도로 엉망진창인 친구입니다. 실제 작가도 동반자살을 시도해 자신만 살아난 경험이 있는데요. 이를 포함해 총 다섯 번의 자살시도 끝에 마지막 시도에서 죽음으로 뜻한 바를 이뤘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두 번째 자살시도인 동반자살 시도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 볼까요. 그가 고교시절 가깝게 사귀던 기녀가 요정에서 도망쳐 다자이 오사무가 있던 도쿄로 도망쳐온 사건이 있었습니다. 다자이의 집에서는 둘의 결혼을 인정하는 대신 호적에서 파버리는 결정을 하게 되죠. 기녀였던 하쓰요는 다자이의 아내가 되어 기뻤을 것이고, 집안에서 제적당한 다자이는 무척 괴로웠을 것입니다.


자신의 안녕을 파멸시키며 행복을 얻은 아내를 보며 다자이는 어떤 결심을 하게 되는데요. 바로 알고 지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열아홉 살 카페 알바생과 해변에서 수면제인 칼모틴을 먹고 동반자살을 기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식의 복수라니. 게다가 앞서 말했던 대로 혼자 살아남았으니... 정말 인간실격이란 말이 제격이지 싶습니다.


지금까지 두 작가의 인간실격 사례를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분 기준에 이 두 작가는 인간실격일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에곤 실레와 다자이 오사무는 자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나를 돌아봅니다. 현시점에서 올해의 나는 인간 실격은 아니었는지. 먼 미래의 시점에서도 2024년의 나는 그대로 실격할 모습인 것인지, 아니면 합격으로 돌아설 모습이었는지 말이죠. 여러분의 올해는 어떠셨나요? 부디 스스로 합격을 내리는 한 해가 되었기를 기원합니다.


지금 저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것은 지나간다는 것.
제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소위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갈 입니다.

-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展
11.30-'25.3.3
국립중앙박물관(서울 용산구 서빙고로 137)
유료전시(성인 18,500원)
월화목금일(10:00~18:00), 수토(10:00~21:00)


에곤 실레 ⓒ 아보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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