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아보퓨레 전시 연말결산

아보퓨레가 뽑은 최고의 전시는?

by 아보퓨레

2024년의 마지막 날 눈을 떴습니다. 오늘은 어떤 전시를 볼까... 잠시 고민하다가, 오늘은 차라리 연말결산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올해 저에게 영감을 줬던 전시 10개를 뽑아볼 텐데요. 여러분의 리스트와도 교집합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진으로 먼저 어떤 전시인지 맞춰보세요. 10개 다 맞춘다면 당신은... 중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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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창열 : 영롱함을 넘어서 @갤러리현대

김창열 화백의 작고 3주기 개인전입니다. 물방울이 맺히고, 흐르고, 번지는 다양한 모습을 조명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제주 김창열 미술관에 갔을 때의 감동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었습니다. (감동이 판화 구매로 이어졌다는... 전설의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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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영선 :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작품 궤적을 조명하는 전시였죠. 이 전시를 감상하며 드디어 조경이 한국에서도 메인스트림에 들어오게 되었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관계와 연결이라는 조경의 의미를 살려 관람자가 직접 찾고, 체험하는 요소들이 많아서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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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고 론디노네 : Burn to shine @뮤지엄산

한국에서 우고 론디노네의 수녀와 수도승 작품들이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어딜까요? 적어도 한남동 패션파이브 건물은 아니라는데에 모두 공감하실 텐데요.(급작스런 컨트롤 비트...) 그 정답이 강원도 원주일 수 있다는 사실을 뮤지엄 산이 증명해 보였습니다. 제임스 터렐과 안도 타다오와 우고 론디노네라니... 올해 산은 정말 '찢었다'라고 표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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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필립 파레노 : Voices @리움미술관

소위 동시대 미술로 불리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개념적인 것에 치우쳐 표현이 어설픈 경우가 많고, 그들의 우격다짐을 받아줄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필립 파레노는 작가로서 본인이 탐구하는 수많은 주제를 세련되게, 그리고 템포를 조절하며 제시합니다. 전시장에 떠 다니는 물고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작가가 제시하는 AI 세계까지 다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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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다니엘 아샴 : 서울 3024 @롯데뮤지엄

괴로운 일이 있을 때면 이런 생각을 합니다. 딱 1년 후에 오늘을 다시 되돌아보면 별일 아니라고 느낄 거야. 크게 마음 쓰지 말자. 다니엘 아샴은 무려 100년 후에 오늘날을 다시 되돌아보는 상상을 펼칩니다. 가까운 미래의 후손에게 2024년 서울은 어떻게 기억될까요. 유물처럼 풍화된 피카츄는 귀여우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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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우국원 : My universe @탕컨템포러리갤러리

아주 귀한 그의 개인전이 국내에서 3년 만에 열렸죠. 귀여운 딸과 강아지가 연상되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아래 깔려 있는 작품의 주제는 성경, 소설 등 깊이 있는 연구를 바탕으로 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깊이 있게 다뤘는데요. 디즈니 캐릭터들이 등장해 잔혹동화를 완성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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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도호 : Speculations @아트선재센터

우리에게 친숙한 '집 속의 집' 시리즈는 없었습니다. 천에 불과했던 집은 어느덧 실제 집의 소재와 모양을 갖춰 대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에, 특별한 형태로 자리 잡게 됩니다. 예술작가로서 '집'에 접근하는 서도호의 방식은 건축가들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작품들을 성공시키는 핵심 역량으로 작용하는데요. 지식에 매몰되지 않는 예술가의 역할을 충실히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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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rrespondence : 이우환과 마크 로스코 @페이스갤러리

빛이 극도로 제한된 2층 전시장에는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 개방감 넘치는 창을 통해 빛이 잔뜩 투과되는 3층에는 이우환의 작품이 머물렀습니다. 형보다는 색을 통해 의미를 전하는 두 작가의 호흡이 정말 멋졌는데요. 특히 이우환 화백이 로스코의 작품을 직접 선정해 전시가 진행됐다는 점에서 두 거장의 만남이 크게 유효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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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장 줄리앙 Paper Society @퍼블릭가산

도쿄의 긴자식스, 성수의 EQL 등 도시 곳곳에 등장했던 장줄리앙의 종이 인간들. 이번 전시는 그들의 탄생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대적인 세계관 탐구 전시였습니다. 생각보다 치밀했던 세계관에 한번 놀라고, 귀엽고 다채로운 캐릭터들에 한 번 더 놀라는 전시가 아니었을까요. 장줄리앙은 발전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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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국립중앙박물관

2024년 대미를 장식하는 전시죠. 매표부터 대기, 전시관람까지 엉망진창이었던 옆 동네 고흐 전시와는 다르게 매끄러운 운영을 통해 좋은 작품을 관람객에게 잘 전달한 국중박의 기획과 운영 역량에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 섹션 즈음부터 쏟아지는 에곤 실레의 유화 덤핑은... 정말 압도적이었네요.


이렇게 10개의 전시를 꼽아 봤는데요. 여러분들의 2024 최고의 전시와도 비슷할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그럼 따뜻한 연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2025년에는 더 알찬 미술 소식과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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