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삭스 “피카소” 展
2023년 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위 잘 나가는 아티스트인 톰 삭스(Tom Sachs)는 심각한 직원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직원들은 삭스가 스튜디오에서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는 등 모욕적인 언행을 일삼았다고 증언했는데, 특히 그가 작업실 지하 창고 공간을 'The Rape Room(강간방)'이라는 명칭으로 부르거나 속옷만 입고 줌(Zoom) 미팅에 참여하는 등의 성적인 문제까지 일으켰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 삭스는 처음에 모든 논란을 부정했으나 파장이 커지면서 공식적으로 잘못을 시인했다. 오랜 파트너였던 나이키는 이미 협업을 중단한 후였다.
삭스는 예술계와 패션계, 그리고 대중들의 냉담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시간이 흘러 나이키는 삭스의 긍정적 변화를 존중하며 협업 재개를 발표했지만, 그 사실이 삭스의 완전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런 복잡한 문제들 속에서 톰 삭스는 현재 한국에서 두 개의 전시를 동시에 열고 있다. 하나는 기존에 본인이 최근 집중 해오던 '스페이스 프로그램'이었고, 또 다른 하나의 전시는 '피카소'를 오마주한 전시였다. 톰삭스가 이 시점에 왜 피카소를? 궁금증을 안고 타데우스 로팍 전시장을 찾았다.
작가는 피카소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재현했다. 단순한 오마주를 넘어서는 포인트를 두 가지 정도 짚어낼 수 있었다. 먼저 그는 자신의 장기 중 하나인 브리콜라주(bricolage) 기법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었는 점이 눈에 띄었다. 브리콜라주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즉흥적으로 조합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법으로, 톰 삭스는 평소 골판지, 합판, 덕트 테이프 등 일상 재료를 가지고 별의별 것을 다 만들어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에도 볼링 핀, 대걸레 등을 활용해 피카소의 조각을 절묘하게 재현해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다른 하나는 과정의 흔적을 조명했다는 점이다. 처음 회화작품을 봤을 때 약간의 당혹감이 있었다. 피카소의 회화를 그대로 따라 그렸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피카소의 원작을 모작하며 측정선이나 수정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하고 자신의 서명을 더해, 자신이 해당 그림을 그리기 위해 투입한 노력과 노동을 강조했다. 어쩌면 결과의 피카소만을 바라봤던 우리에게 과정의 피카소에게 집중하라고 말하는 듯하다.
톰 삭스의 재기는 완벽한 용서나 망각 위에 세워질 수는 없다. 아마도 예술가로서의 집요한 자기반성과 치밀한 실험정신만이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피카소' 전시를 톰 삭스가 대가에게 묻는 질문으로 해석해 본다. 평소 예술과 동의어라고 생각해오던 대 선배 피카소에게서 작가의 초심에 대해 묻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아마 피카소가 살아있었다면 "나도 여자문제로 골치 꽤나 아팠지만, 항상 작품으로 보여줬지 그래..."라는 답을 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그는 오늘 침묵만을 지키고 있다.
톰 삭스, "피카소"
2025.04.29-05.31
타데우스로팍 서울
화-토 10:00-18:00
무료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