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터렐, The Return 展
햇살이 거리에 잎사귀를 선명히 그리기 시작한 시간. 그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문을 열고, 작은 갤러리 안으로 들어섰다.
벽에 기대 선 푸른 광선, 가늘고 길게 스며드는 색의 숨결. 좁은 공간을 굳이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살폈다. 벽을 비추는 색색의 기류와 눈을 맞추자, 어린 시절 아버지의 차가운 손, 엔진 소리, 하늘 위를 헤매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하늘의 빛이 배어나오는 프로젝션 앞에 멈춰 섰다. 그는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꺼풀 너머로 스며드는 빛 속에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은 파랑을 차갑다고 여긴다. 그러나 그들은 파란 별들이 가장 뜨겁게 타오른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세상은 생각보다 자주 뒤집혀 있다.
그는 속삭였다.
“파란 하늘 아래 나는 지금 뜨거운 걸까, 차가운 걸까.”
주머니 속 이어폰을 꺼내 귀에 넣고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를 재생했다. 자신이 푸른 하늘 위를 가르는 경비행기 안에 있는 장면을 상상했다. 라코(Laco)사 의 플리거를 차고 있겠지 아마도.
노래가 끝날 즈음,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 빛은 잠깐 스쳐가는 듯했지만 분명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믿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빛이 흐르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어둠 속에서 문을 열고 다시 햇살이 부서지는 거리로 가만히 걸어 나왔다. 아무 빛도 다녀가지 않았고, 모든 빛이 다녀갔다는 듯이.
제임스 터렐, The Return
6.14~9.27
페이스갤러리(한남동)
10시~18시(일/월요일 휴무)
무료전시(온라인 예약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