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웬 농구골대가?

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展

by 아보퓨레
전시전경 ⓒ 2025,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전시장을 거닐다 농구골대를 마주했다. 반가운 마음에 주변을 살핀 후 기어코 한 번의 점프를 한다. 두 발이 잠시 공중에 머문 후 다시 지면으로 내려온다. "탁." 착지의 순간, 청춘의 시절이 또렷해진다.


중학 시절, 농구를 좋아하는 친구의 권유로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적성에 맞았는지 실력이 빠르게 늘었고, 대회에 참가해보고 싶어 전교를 돌아다니며 키 큰 친구들을 찾았다.


키가 큰 친구들은 대개 각반의 골목대장인 경우가 많았으나, 나는 심성 곱고 등치도 큰 친구들만 골라내 총 여섯 명의 멤버를 만들었다.


구성원이 생각보다 거창하게 모인 것을 계기로 학교에 정식으로 동아리 창설을 신청했다. 덕분에 체육관 사용과 같은 지원을 받으며 운동할 수 있었다.


우리는 3명이 한 팀을 이루는 3 on 3 스트릿 농구대회를 중심으로 대회에 참여했는데, 한두 게임 정도 이길 실력이 되니 자연스레 고등학교 서클 형들의 눈에도 띄게 되었다.


형들은 풋내기 중학생들이 뛰노는 코트에 친히 찾아와 원포인트 레슨을 해주는가 하면 연습게임 후 이온음료도 사주며 향후 루키들을 영입하기 위해 신경을 쓰는 듯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우리는 포카리스웨트를 가장 많이 사주었던 형들의 서클로 입회를 결정했다.


전시전경 ⓒ 2025,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매주 일요일 아침 정기세션을 나가게 됐다. 그 모습을 아버지는 무척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셨던 기억이 난다. 친구 녀석의 아버지는 훈련장에 직접 방문을 하시거나 용돈 지원을 해주시는 등 더욱 열성적으로 응원을 해주시기도 했다. 왜 모든 아버지들은 아들들이 공부하는 모습보다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더 뿌듯해하시는 걸까? 당시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었다.


시간이 흘러 고2가 됐을 무렵. 실력이 꽤나 좋아져 고등부 대회에서 어느 정도 비벼볼 수 있는 경지에 다다랐다. YMCA 3 on 3 대회에서 고2로 이뤄진, 심성 곱고 등치 큰 친구들을 모아 만든 우리는 고3 형들로 구성된 각 서클 에이스팀들을 물리치고 그렇게 첫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부터는 파죽지세였다. 고등학교 지역 서클 연맹전에서도 우승을 이어갔다. 나는 주전은 아니었으나, 팀의 포인트 가드가 흔들리는 순간 종종 투입돼 속공 작전으로 분위기를 돌려놓곤 했다...


반가웠던 점프를 마치고 농구대가 여기 왜 있는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오디오 가이드를 켰다. 작가 캐서린 번하드는 작업으로 인해 아들과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해 작업실에 농구골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워킹맘의 고뇌와 사랑이 묻어있는 농구골대였군.


그의 아들은 또 어떤 추억을 쌓게 될까. 아마 그도 어른이 되어 또 다른 농구 골대를 만나게 된다면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가볍게 한 번의 점프를 하겠지? 그곳이 미술관이든 어디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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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번하드, Some of all my work

25.6.6 - 9.28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3층)

10시 - 19시(월요일 휴무)

유료전시


전시전경 ⓒ 2025, 아보퓨레.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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