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싫어지게 된 도시
나는 은퇴 후 한국을 떠나 살고 있다.
은퇴 직후 나는 나의 건강수명을 만 75세 정도로 예상하고 잘 걸을 수 있는 나이까지는 한국에 정착하지 않고 이세상 수많은 도시들을 다 돌아보리라 생각하였다. 한국 여권으로 체류가 가능한 나라가 대부분 90일 정도 되어 1달에서 3달 전후 살면서 이동하면 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였는데 막상 살아보니 한달이 얼마나 빨리 지나가고 매달 새로운 집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번거로운 일인지 지금은 알게 되었다.
나의 자산 구성
나의 자산은 주택1+금융자산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금융자산은 거의 퇴직금이다. 한마디로 돈도 별로 없고 투자를 잘한 것도 아닌데 명예퇴직 기회를 잡아서 처음으로 목돈을 접하고 은퇴를 할 수 있었던 케이스이다. 퇴직금은 퇴직연금에 100% 들어가 있고, 만 55세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일부인출이 가능한 증권사 연금저축에는 60%가, 통째로 해지해야만 인출이 가능한 IRP는 해지에 대비하여 3개의 증권사에 쪼개 예치 중이다.
만 55세 이전에 인출할 경우 나의 경우 세금을 21%를 내야 하고, 55세 이후 10년 이상 연금으로 인출할 경우 그 세금의 30%를 덜 낼 수 있어서 한푼이라도 아껴보고자 가급적 55세 생일 이후에 인출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55세 생일이 되기만 목이 빠지게 기다리며 돈을 아끼기 위해 생활비가 저렴한 나라 위주로 선택하고 있다.
남들은 60세에 정년은퇴하여 연금이 나오는 63세에서 65세 사이에 소득절벽이 오는데, 나는 이른 은퇴다 보니 이른 소득절벽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나름 계획을 가지고 은퇴했고 비상금 계획도 다양하게 마련해놓았지만 투자중인 자산 등이 있어 가급적 아껴 쓰며 인출을 자제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숙소 구하기
생활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숙소인데 현재 머무는 베트남의 경우 페이스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열심히 뒤져봐도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주인은 바가지를 씌우고 싶어하고 현지인들 대상의 집주인은 그래도 낫지만 통역기 앱을 사용해도 어려움이 크다.
어딘가 이동하기 전에 구글리뷰, 에어비앤비 리뷰를 뒤져서 평이 좋은 집을 찾아내고 베트남은 zalo, 중국은 wechat 메신저로 미리 우려되는 부분에 대해 문의하고 가격도 네고를 한다.
후에의 첫숙소 1/3
후에의 숙소에 가기 전에도 한달을 살려고 했었기 때문에 미리 이같은 과정을 거치고 소음에 대해서도 문의 후 예약했다. 베트남 최대명절 Tet기간을 끼고 15일을 예약해서 길게 예약 가능한 숙소가 많지 않고 사실 더 알아보기가 귀찮아 5개 남짓 리뷰만 보고 대충 선택한 것이 나의 잘못이었다.
iron shop이 있다고 하긴 했는데 괜찮다고 해서 믿고 갔는데 도착해보니 2층에 위치한 나의 창과 그 가게는 2미터 정도의 오토바이 하나 지날 정도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작업하시는 노인분은 저녁에도 작업을 그칠 줄 몰랐다.
내 귀에 대고 철을 갈아대는 수준이어서 나는 집주인에게 그 가게의 영업시간이 어떻게 되는지 야밤에도 작업중인데 노인분이셔서 새벽잠 없어서 새벽부터 일하는것 아닌지 물어봤는데 여러번 물어도 답이 없다. 새 수건에 개미가 기어다녀서 개미 죽이는 스프레이가 있냐고 하니 답이 또 없었다. 샤워를 하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문의하니 부킹 닷컴에 스위치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는 것이다. 나는 너와 직접 예약했는데 부킹 닷컴에 안내가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하니 숙소가 맘에 들지 않으면 내일 체크아웃 하라며 나의 숙소 밖에서 사는 집주인이 오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또 다음날 오겠다고 말을 바꾸었다.
사실 예약과 체크인 사이에도 집주인은 차액환불해주겠다는 말도 없이 더 가격이 낮은 방으로 옮기게 하거나 자꾸 말을 바꾸며 돈을 심하게 밝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신경쓰고 싶지 않아 무시했다.
내가 예약하고 대화한 상대는 집주인 아내였고 모든 대화는 메신저로만 이루어졌다. 체크인할 때 남편이 와서 안내하고 온수 등에 대한 설명은 없이 여자가 왜 혼자 여행하는지에 대해서만 캐묻고 급 사라졌었다. 아내가 다음날 오겠다고 하자마자 남편이 다시 나타나 삿대질을 하며 내눈을 찌를 듯이 소리를 지르며 퍽유를 수십번 외치고 나가라고 했다. 당황해서 니 와이프와 나와의 대화 내용을 봤냐 하니 안봤다며 여긴 와이프가 아닌 내 소유며 여긴 베트남이다. 넌 외국인이야. 내 집에 불만 있으면 나가라고 쌍욕과 삿대질을 연속 시전했다.
속옷만 입고 있는데 들어와서 너무 당황해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는데 데이터만 있는 전화기에 경찰신고 번호도 모르고 언어도 안되고 현지인 친구에게 이야기하니 일단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라고 했다.
나간다고 하니 집주인 남편은 내일 가라고 했다가 당장 나가라고 했다가 를 10분도 안되는 시간 동안 계속 바꾸었다. 당장 나가라고 하면 하루치 숙박비를 돌려줘야 하니 그게 아까워서 다음날 나가라고 했다가 당장 나가라고 했다가 anger management 제로의 인간형이었다.
나는 이 상황을 녹화하려고 했는데 환불 받느라 은행 앱을 여니 녹화가 중단되어 아쉬움이 있다. 그냥 하루치를 내고 나머지를 환불받아 근처에 가능한 방이 있는 가까운 곳을 찾아 이동한 후 친구에게 전화로 하소연 하니 눈물이 났다. 이 나이에 싼 숙소 전전하다 이런 최악의 모욕을 당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친구의 친구가 나를 알지도 못하는데도 친구 때문에 나를 방문하여 위로해주고 다음날 후에의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첫날 나쁜 일은 금새 잊혔다.
후에 두번째 숙소 2/3
첫 숙소에서 가깝고 여성 도미토리가 있는 방을 서둘러 찾아 옮겼다.
친구에게 하소연하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는데 같은 방에 머물고 있던 내 딸나이뻘 되는 아이들이 먼일이냐며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줬다. 또 한바탕 하소연하고 나니 맘이 편해졌다.
이 숙소 주인은 숙소 이름답게 진짜 friendly했는데 담날 아래 층으로 숙소를 옮기라고 매일 말하고 오늘은 괜찮아라고 번복하며 일주일을 묵었다.
후에 세번째 숙소 3/3
두번째 숙소가 일주일간만 가능해서 또 새 숙소로 강건너 옮겨왔다. 페북으로 연락했을 땐 방이 없다고 했고, 직접 찾아가서 zalo로 연락하니 방을 마련해줬다. 여성 도미토리를 예약했지만 역시 남자도 들어왔다가 매일 들쑥날쑥이었다. super friendly하고 홈스테이1, 호텔2개를 운영하는 주인이었는데 성격이 대장부에 굉장히 호감형이고 바빠서 정신이 없긴 하지만 좋은 성격 덕분에 다시 돌아오는 손님이 많은 30대 여성이었다.
음력설 이브도 투숙객들 같이 강변에 가서 불꽃놀이도 즐기고, 음력설 당일에는 본인 고향으로 투숙객을 초청해서 꽝뜨리에 위치한 고향에도 같이 다녀왔다. 로칼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어 진심으로 감사해서 집주인 어머니가 노래부르실 때 다른 사람들 따라 꽃과 함께 돈을 선사했다. 여기는 누가 노래 부르면 봉투나 꽃을 꺾어 돈을 드리길래 따라했다. 집주인의 언니가 하는 유원지 식당도 가봤는데 위생이 충격적이어서 괴로웠고, 역시나 노래방 타임이 있었는데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대형 앰프가 두개가 있고 어린 아이가 귀를 막을 정도였으나 익숙한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즐기는 와중에 나는 진심 탈출하고 싶었다.
비자런과 믿을 수 없는 여행사
후에에 간 이유는 사실 후에가 궁금해서라기보다 다낭에서 라오스 국경 라오바오에 가는 5.5시간이 너무 길어 경험한 expat들이 새벽에 출발해 길게 줄서는거 기다려 같이 오느라 밤 12시에 돌아왔을 때도 있다고 해서 조금이라도 덜 피곤해 보려고 후에 여행겸 경유지로 선택했다. 몸소 후에-라오바오 간 비자런을 해본 소감은 남들이 더 먼 다낭에서 굳이 라오바오를 가는 이유를 깨달았다는 것이다.
페북과 온갖 여행사 뒤지고 남부터미널, 북부터미널 미리 가서 다 파악해본 결과 후에에서 라오바오로 가는 슬리퍼 버스는 한 여행사에서만 제공해서 보통 150-200k인 버스비 두배를 주고 예약했다.
당일에 다낭에 돌아가야 해서 8am에 출발하여 11am에 도착할 줄 알고 여행사로 갔는데 오토바이로 5분 걸리는 거리를 대기시간과 합해 1시간 반을 낭비하여 9:30am에 진짜 버스 출발지로 데려다줬고, 버스는 슬리퍼 버스가 아닌 일반 미니버스렸다. 도착시간도 다낭행 마지막버스 2pm출발 차를 타야해 맘이 급해서 여행사에 담당직원과 보스가 말이 다르고 수십번 묻고 확인했지만 11am->12pm으로 안내받고 결국 이 버스는 1pm에 국경에 도착했다.
다행히 이날 다낭에서 출발하는 단체일정이 없어 국경은 한산했고 도보로 5분 거리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를 고용해서 다행히 30분도 걸리지 않아 베트남 출국-라오스 입국-라오스 출국-베트남 입국 4개의 스템프를 다 받고 45일의 유효한 체류 기간을 얻었다.
나와 함께 국경가는 버스를 탔던 50대 호소인 스코티쉬 추정 할아버지는 끝도 없이 말을 걸었는데 땀냄새 때문에 토할 것 같아 자는척 했지만 9년 동안 이동네를 오간 경험을 알려줘서 고마웠다. 유럽 남자들은 어려도 정말 더럽고 냄새나서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데 베트남의 위생 수준과 아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유럽남-베트남녀 커플을 보면 잘 살거란 생각이 든다.
다낭에서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고 나름 대도시가 되어가는 중이라 위생에서 가끔만 놀라지 크게 불편함이 없었는데 후에에 와서 위생, 소음, 사람이 좋건 나쁘건 단한명도 빠짐없이 해대는 거짓말과 말바꿈에 아주 질려버렸다. 인성이 좋아 다시 만나고 싶은 숙소 주인마저 일처리에 책임감이 없고 매일 말을 바꾸었고, 특히 베트남 여자들은 백인남자에게만 웃어주거나 할인을 더 해주거나 더 서비스가 좋은 것도 너무 여러번 보았다. 여미새야 전세계 어디나 있겠지만 반복되는 경험으로 인해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 되었다.
후에에서 만난 친구의 친구 가족들은 너무 교양있고 지적이고 어딜 가나 사바사일 것이고 내가 불과 보름 머물며 겪은 경험을 일반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나에겐 베트남에서 수개월 생활하면서 만난 최악의 도시였다. 전세계 다 돌아다니며 겪은 중에서도 최악인데 베트남 내에서 음식은 최고라 할 수 있다.
결론
후에 솔직히 볼거리는 관광지 치고 몹시 실망스럽고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은 잘 안 보이고 유럽 노인들 그룹 관광객만 붐빈다. 공항도 멀고 접근성이 나쁘나 시간 많고 먹는거에 시간 투자 많이 할 의향 있으신 분만 후에 여행을 추천한다.
가볼만한 식당과 커피 맛집
https://maps.app.goo.gl/DNES1xeKZWS5L9Lz6?g_st=ic
Gia Di Vietnamese Pressed Cake · 4.5★(1724) · Restaurant
4 Phùng Chí Kiên, Xuân Phú, Huế, Thành phố Huế, Vietnam
https://maps.app.goo.gl/AHkCBu85AwFgy5LA8?g_st=ic
T ROASTER · 4.8★(222) · Cafe
7 Sư Vạn Hạnh, Hương Long, Huế, Thành phố Huế 530000, Vietnam
커피 한 입 마시고 양이 줄어드는게 아쉬웠던 경험은 첨이라 커피를 사왔으나 내가 내리니 그 맛이 안남. 결론 약은 약사에게 커피는 카페에서.
PS. 커피도 내가 방문했던 커피점에서는 원두 판매 메뉴는 있으나 커피 가는 기계는 다른 매장에 있어 안내대로 차타고 20분 이동했으나 두번째 매장 직원들이 커피를 팔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매장에서 여기서 사라고 했다고 하니 계속 누가 안내했냐 그 사람의 나이와 신상에 대해 캐묻더니 매니저로 보이니 마지못해 혼날까봐 판매했으나 가격도 올려받았다. 후에에서는 어딜 방문하든 통수를 맞지 않은 적이 없어서 나처럼 시간 많은 백수도 지칠 지경이다. 참고로 나는 은퇴 후 절대 화를 내지 않겠다고 결심한 바가 있는 사람이다.
나는 작년 베트남에서 각 도시마다 한달 살기를 시작한 이후 베트남이 생각보다 좋은데? 라며 여기서 장기적으로 머물기 위한 기회를 도모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다 예전 수도라는 자부심이 엄청난 후에에 방문한 이후 지금으로선 베트남을 탈출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