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돌이 정 맞는다.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이쯤 되면 그만하고, 살살 비비며 살라고들 한다.
그건 일반적인 이야기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렇게 살 거였으면
이렇게 안 살았다. #강강약약
어떤 집단에서 혹은 회사에서 발생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그 사람 그냥 꼰대니까 그래, 네가 참아, 웃어넘겨, 견뎌, 이겨내'
최근 수차례 지속된 성희롱 발언에 노발대발하는 나에게 회사 동료 혹은 말 그대로 리더 위치에 있는 분들이 하신 말씀이다. 왜냐하면 본인들도 그런 상황이 되면 골치 아플 테니까.
차라리 그런 조언이 이래저래 신상에 편하다.
그런데, 우리 아빠가 나를 그렇게 애지중지 존중하면서 키웠는데, 내가 왜 내 가치와 자존감을 갉아먹으며 괜찮은 척 받아치고, 괜찮은 척 시키는 대로 하고 있었을까?
무엇을 위해서?
나를 잃어가면서 까지?
견뎌야 하지?
생각보다 사회나 조직을 유지하기 위해서 대국민을 상대로 마치 '공산당 전단지'처럼 뿌려지는 말들이 있다.
'견디고 참다 보면 좋은 날이 온다.'
'꼰대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라.'
대학생일 때, 동아리를 1년 간 했었다. 결국엔 그 동아리를 나왔는데, 나온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아리 창립제에 발생한 기졸업생들의 여대생 아이스께끼 사건에 대하여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그렁그렁 거리자 내가 나선 것
나는 어차피 바지 정장이었고, 그 당시에도 딱히 올드 보이라고 칭해지는 나이 많은 선배들 틈에서 술을 따라 줄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타깃은 아니었다.
단지, 아이스께끼를 하는 걸 본 것이고, 여자 선배들과 동기들이 눈물이 그렁그렁하다는 것
그래서 나는 동아리 회장부터 모든 임원진을 찾아가서 이게 무슨 상황이냐 말이 되는 거냐
조치 취해야 하지 않겠냐, 회장단이 올드보이들한테 자제해달라고 말이라도 해라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회장단 남자 선배들은
'아니 그럼, 창립제에 기분 좋게 같이 놀지도 못해?'라면서 나에게 되려 화를 냈다.
누가 기분이 좋은 걸까?
누가 선을 넘은 걸까?
누가, 어디까지 참아줘야 '다른 누군가가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는 걸까?
회사 동료분은 내게 '그렇게 그런 일로 열내는 본인이 힘들어 보여서 안쓰러워 보여서 그래요.'
라고 했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 참고 있으라고, 그런 일로 열내지 말라고? 어차피 너만 힘들다고?
참고 있는 게 더 힘들고, 내가 죽을 때 생각이나 날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닌 건 아닌 거 아닌가?
인간의 잣대로 선과 악을 판단하지 말라하였지만,
인간인 이상, 그건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이다.
그런 논리라면 앰네스티는 사라져야 한다.
본인이 받고 있는 근로자로서의 혜택 역시 내려놓아야 한다.
왜? 그 모든 건 부당한 것에 참지 않은 자들이 희생을 통해 일군 결실이기 때문에.
친구는 말했다. 그래, 근데 그렇게 해봐야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매번 승진에서 누락되면 이제 참게 돼.
누군가는 그 말을 해서 바뀌긴 하겠지. 그 누군가는 정을 맞을 뿐이야. 우리는 그냥 편승하면 돼.
아니,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서, 나 자신의 능력에 의존해서 살 수 있게 내 삶을 설계했는 걸
아닌 건 아닌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