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보면
20대 초반에는 어쩌다 산을 갔지만
그 언젠가부터는 힘이 들때, 산을 갔다.
도무지 혼자서 감당하기가 힘들때 산을 갔다.
아예 산에서 지낸 적도 있었다. (매우 현대적인 시절에서)
사실은 35살에 스님이 될 생각도 있었다.
어릴때부터 남들보다 유난스러운 면이 있다는걸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으니까
이도저도 싫으니 산에 들어가서 혼자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산을 참 좋아한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 주변 산불을 감시하고 다니시는 일을 군청에서 임명을 받아서 하셨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물론 그게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지만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매우 자랑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외할머니는 옛날 분 치고 여성이라기엔 꽤 큰 키(170이 넘으셨다.)와 체구를 가지고 계셨다.
성격도 대쪽같으셨다.
마을에서 외따로 사셔도 두려울게 없으셨다.
그런데 나는 두렵다.
20대 중반까지 혼자서 그리도 잘 가던 산을
어느 순간부터 두려움에 가지 못하기 시작했다.
산을 다녀오면 마음이 한결 괜찮아진다.
그냥, 늘 언제나 혼자 였는데 이제와서 무섭다고 누군가의 손을 잡고 가기엔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