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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1 마흔의 무게

브런치 글을 3년 넘게 썼다.

by Noname

내일 모레면 85년 생인 나는 한국나이로 마흔이다.


19살의 아홉수는 친구문제, 가정사, 수능정도?

29살의 아홉수는 건강과 애정과 가족과 뭐 여러가지?

39살의 아홉수는 소송과 금전과 애정과 건강과 뭐 여러가지?


점점더 뭔가가 덧붙여져 간다.

누군가의 본인상을 듣는 일이 더 잦아졌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은 아직까지도

삶이 내게 주는 고통을 피하고자 하고, 삶이 내게 주는 가르침을 들은 척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고보면 브런치 글을 3년 넘게 쓰고 있는 중이 된다.


내일부터는 다시 태어나겠지?


우리 엄마는 늘 내 생일을 음력 1985년 10월 21일이라고하시면서 내 양력생일은 12월 3일이라고 하셨다.

그렇게 치면 어쩌면, 브런치 일기가 우연찮게 내 생일이 10월 21일(양력 12월 2일)이라고 알려주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짜가 뭐가 중요하냐고 한다면 올해는 꼭 2025년 신년사주를 보고싶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인간이란 이렇듯 누군가가 미래에 대해 괜찮다고, 어떤 부분은 조심하라고 알려주길 바란다.


불안하고 두려우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것이다.



대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2018년 아버지 장례식 이후, 두번째 내게 찾아온 큰 위기 였기에

내가 어떻게 될까 너무나도 걱정스러웠다고 한다.


임신한 언니에게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아서라도 나는 어떻게 되지 않는다.


다방면에서 더 좋아질 일도 없을 건데도 죽어도 될만한 이유를 들이밀자 살고싶어지는게 인간인가.

염세주의는 정신적 사치일때 철학인 것 같다.

물질 세계로 내려오면 생존본능이 우세해짐. 허세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렇게 저렇게 힘들다고 티를 내는 건 살고 싶다는 건다.


그런데 그 욕심이 지나쳐 '그저 잘~~~ 살고 싶은게 문제였다.'


그 정도 했으면 이제는 좀 내 뜻대로, 내 삶은 고통없이 편안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조개는 몸속에 들어온 불순물을 어쩌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진주를 만들게 된다고 한다.

언젠가 아는 기술사님께서 "예술은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아니 나는 재능이니 뭐니 아무것도 없어도 되니 그저 평탄한 인생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재능을 타고 나지 않았어도, 인생이란 고해의 바다라고 하지 않던가.


인간이라는 형체로 태어난 자체가 예술이지 않을까.

숨을 쉬는 것, 몸의 작용, 정신, 생각 그 모든것


브런치에만 수십만개의 글이 실린다.


그 모든 것들이 아득하고 아찔할 정도로, 감히 가늠도 할 수 없는 예술이다.


그런데 이런 예술을 행하면서 고통이 없길, 그저 당면한 고통을 빨리 벗어던기질 바라기만 했다.


안고 가자.

늙어가는 고통

사랑하는 이가 세상을 떠나는 고통

몸이 아픈 고통


그 모든게 너무도 괴롭고 아파서 피하고 싶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냥 그렇게 다 안고 가면서 이리저리 찢기고 헤지면서

살아내는 것이 생의 목적이지 않던가.


물론, 그렇게 고통스럽기만한 삶은 아니다. 물론 너무 고통스럽긴 했다.

어쨌거나 고통만이 너무도 선명하게 각인되었기 때문이겠지.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위험에서 조금은 벗어나야 안전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거니까.



언젠가 명상을 배우면서

고통은 삶이 주는 축복이라는 말을 적어 붙여놓고 살았던 적이 있다.

그러고는 그걸 떼어내자마자 고통을 피하고 싶어 덮어두고만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이 말했다.

세상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고.

다들 각자 이기적인 면모를 갖고 있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너처럼 순수하게 이기심없이 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그래서 너는 언제나 절대로 네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걸 명심해야한다고. 조금도 스스로를 의심하지 말아야한다고. 그렇지만 이제 다시는, 우리도 믿지 말아야한다고. 제발 자책하지 말라고. 절대적으로 네 잘못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는데 힘이 나지 않을 수가 없지. 그저 감사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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