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끼우면 한참을 돌아가야한다.
정말 나는 세상 물정을 몰랐다.
대학교 1학년 때, '엔조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몰라서 아무렇지 않게 영어 단어 뜻 그대로 썼다가 오해를 받은 적이 있다.
나는 그 이면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없는 사람일까.
현재 파견나와있는 서여의도는 내가 3년 차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곳이다.
그 회사에서 매우 친하게 지내던 언니는 내게 '첫단추'를 다시 끼우라고 조언을 해주셨었다.
대학생 시절엔 헤드헌트로부터 받은 전화.
"외국계 회사 경험도 쌓을 수 있고, 매우 좋은 기회예요."
사실 당시에 내가 하려는 직무를 정식으로 채용하는 회사는 거의 없었다.
정보 또한 거의 없었다.
철모르고 해맑게 대학생활을 보내던 나는 그렇게 첫단추를 잘못 끼웠다.
당시 인터넷에는 '파견직으로 근무하던 000씨는 000전자로 이직을 하여~'라는 정보만이 있었다.
나는 파견직이 뭘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외국계 회사에 파견직으로 들어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곳에 전임자로 계시던 분이 어떤 식으로 다른 외국계 대행사에 이직을 한 대단한 분이 있다.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IT직무를 수행하는 파견직은 한낱 소모품에 지나지 않음을
그리고 그 경력이 나의 전체 커리어와 연봉에 막대한 영향을 미침을 나중에야 알게되었다.
어쩐지 쉽게 쉽게 풀린다고 했다.
뭐든 쉽게 쉽게 풀리는 길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 길이 내 길이지만 알고보니 그 뒤로는 고달픈 자갈밭이었다는 걸 알게되었다.
서울 중위권 대학교를 나와 교수님이나 주변 분들이 직무를 소개해주겠다고 하는데도 마다하고 선택한 길이었다.
그 선택을 만회하기 위해 얼마나 돌고, 돌고, 돌아서 어렵고 어렵게 끊임없이 애를 쓰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경험들을 사서 하는 것인가.
주변의 환경을 탓할게 아니었다.
그건 내가 선택한 길이었다.
이것 역시 함정일까?
점심에 잠시 언니가 다니는 골프장에 가서 프로님과 담소를 나눴다.
"실패가 있어야 기회가 온다."
비단 골프 연습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한편으로는 나는 왜 이렇게 밖에 인생을 살지 못했을까 싶다가
어쩌면 나는 그 누구보다도 많은 경험을 하고, 굳이 몸소 다양한 시야를 갖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지 않을까.
그러고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렇게 순진하고 해맑다니
나도 참 고집스러운 인간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