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2010년 경 외할머니를 간호할때, 처음 알았다.
연명치료가 얼마나 폭력적으로 사람의 생을 이어가나는 것인지.
외할머니의 앞니는 깨어졌고, 식도 깊이 쑤셔넣은 호흡기와
억지로 이어지는 생명줄을 잇기 위해 멍이든 몸은
이후 염을 할때도 그대로 남아, 못내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2014년 경 이후 5년을 넘게 암투병을 하신 아빠 역시
추적치료니 뭐니 하며 항암치료를 받으셨다.
근육질의 다부진 몸이셨던 아빠는 그 부작용으로 복수에 물이 가득 찼고,
그 나이에도 새까맣고 찰랑찰랑한 머릿결을 뽑내던 머리카락도
5회 차가 넘는 항암치료에 모두 빠져버렸다.
아빠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리고 호스피스 병동에서, 다인실에서 개인실로 옮겨길때까지.
그 모든 과정이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억지로 이어가는 삶.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의 고통을 감내해가며 버텨내야 하는 삶.
사람으로 태어나서 고결하고, 우아하게 생을 마무리하는 것이
태어날 때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니.
그토록 내 집에 가고 싶어하셨던 외할머니는 주검이 되어야만 집에 가실 수 있었다.
아빠는 그대로 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집을 들렸다 가진 않았던 것 같다. 모르겠다. 기억이 없다.
그냥 내가 살아왔던 곳에서 그러 평범한 날들을 보내며 그저 평범하고 익숙한 것들과
조용히 작별을 하고, 조용히 숨을 거둘 수 있다면
그게 축복이지 않을까.
못내 죄스럽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내 곁에 있어주길 바랐던 그 욕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