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만족의 역상관관계
일전에 동생이 내게 말했다.
"좋겠네. 배달음식을 시켜도 실패할 일이 없잖아. 그렇게 다 맛있게 잘먹으니."
대신 나는 먹고 싶은 음식이 거의 없다.
한달에 한번 먹는 음식이라면 타코야키, 푸딩, 막창 같은 류의 고칼로리가 신체 구조상 필요로 하는 때가 있을 뿐이다.
최근엔 자장면의 맛을 알게 되어서 40년만에 자장면이 추가 되었다.
그러나 역시 어떤 음식에도 특별히 기대를 하진 않는다.
캡슐 하나로 배부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수십년간 하고 살아온터라
음식에 간을 해먹는 일도 드문 편이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먹지 않는 이유는
가족들이 모두 요리를 잘해서 먹으면 다 맛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대체로 부족함없이 먹고 싶은건 다 먹었었기 때문이기도 할테다.
어릴때부터 고기를 좋아해서 초등학생도 되기 전인 아이가 혼자 2인분씩 먹어서
친할아버지께서 고기 사 먹이라고 돈을 주실 정도 였다고 한다.
그렇게 먹는데에는 딱히 결핍이 없었으니 뭔가 먹는거에 집착하지도 않고,
눈 앞에 있으면 그저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 되었으려나.
그리고 잘 먹는게 음식을 해준 사람에게 보일 수 있는 사랑이라는 걸
어쩐지 어릴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20대에 활동했던 봉사활동 단체의 식사기도 영향이기도 하고. 세네갈에서 굶주린 아이들을 직접 보기도 했고.
"여기 이 음식이 내 앞에 이르기까지 수고해주신 물님, 바람님, 흙님~ 그리고 땀흘리신 농부 어부 님들과 이 음식을 차리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만족할 준비가 되어있다.
인간관계도 그런 것 같다.
기대하지 않는다.
그저 감사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러니 실패하지 않는다.
내게 있어 기대라곤 내 스스로에 대한 기대였는데,
그 마저도 이쯤되니 그저 은연 중 문득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같은 느낌일 뿐이다.
이젠 스스로에 대한 기대도 없다.
아침에 감사일기를 쓰지 않아도 눈을 뜨면 수도 없이 되뇌인다.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러니 내 인생은 그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