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곳엔 아직도 커튼 봉을 설치하지 않았다.
재작년 여름 누군가에게 부탁을 했더니
업자를 부르면 될 일이라고 했다.
키가 좀 크면 내가 직접 해도 될 일인데
업자를 부르자니 또 그러고 싶진 않고.
낯을 가리니 모르는 사람을 들이는 것도 싫고
매사 그랬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렇게 거절당하고, 오히려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질책을 받았다.
이 나이가 되니
그런 나를 알고는 먼저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것 같아
세상이 무너지고 마음이 무너지고
이제 포기해야겠다 싶어지니
살짝 살짝 머리카락을 보여주던 그 사람들이
이제는 대놓고 앞에 나서서 나를 구해주고 있다.
그게 너무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난다.
그래도 아직 누군가에게 마음을 놓고, 도와달라고 말을 하지는 못한다.
"상아야, 너는 왜 그렇게 손해를 보고 사니?"
"언님, 저는 그냥 이렇게 태어났나봐요."
손해를 본다고 생각지도 못하고
타인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도움을 주고자 했던건
그냥 내가 그렇게 대접받고 싶으면 그렇게 대접하라는 말때문이었던 걸까.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