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삶
안정적인 삶이 뭔지 모르겠다.
일정한 소득이 문제가 아니라 일정한 소득이 없이도 살아갈 수 있어야 안정적인 삶일텐데,
어찌보면 소득의 안정성은 육신의 건강함에서 오고,
육신의 건강함은 정신의 건강함에서 오지 않을까.
정신이 건강하지 않으면, 몸을 혹사시키고 축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주는 정말 심각할 정도로 운동을 하고 싶지 않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헬스를 하고 싶었는데,
얼마전 헬스장에서 본 고인물 할머니께서 고인물 할아버지께 '아저씨 나 이것좀 알려줘요'하면서 애교를 부리시며 따라다니는 걸 보고 어떤 혐오감이 올라왔다.
당시에는 그저 저 연세에도 풋풋하다 생각했는데, 금방 할아버지가 프론트에 젊은 여자 트레이너분들에게 서서 한참을 이야기를 하며 할머니를 못본척 하시는 걸 보고나서 였을까.
외롭고, 끼를 부리고 싶으나 나이가 들어 젊은 이에게 밀리는 그 잔혹한 광경을 마주하고나니
어쩐지 뭔가 무서워진 것도 같다.
나는 나이가 많이 들었고, 이제는 내가 물을 쏟아도 나서주는 이성은 단 한명도 없다.
여자로서의 빛을 잃은 그런 느낌이다.
게다가 헬스를 해서 몸이 딴딴해졌으니 더더욱
이대로는 그 10여년 전 복싱을 하겠다던 내게 '조혜련씨처럼 되고 싶은거야?'라는 말로 비아냥 대던 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실제로 그러한게 작은 키 때문에 몸을 더 키운다고 해도 그게 아름다운 형태라고 할 순 없는것 같다.
그런 모든게 복합되어 어차피 해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자 그 모든게 순식간에 사그리 의욕을 앗아갔다.
아니 사실은 그 건강함이라는 것조차, 어쩌면 더는 필요가 없게 느껴진달까.
이러저러하게 장황하게 꿈을 늘어놓지만 지금 당장 중단되어도 상관이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 비슷한 일을 해내아가면서 그렇게 견디고 버텨낼 수 있는 걸까.
내가 가장 견딜 수 없는 건,
이 끔찍함이다.
노력해도 더 발전할 수 없다는 것.
도려내어진 날개 자리에 기형적인 새살이 돋아 모든게 뭉뚱그려진 이 느낌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날개 자리조차도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
이 커다란 수치심과 두려움과 답답함 속에 숨겨진 두려움
이대로 그저 만족하고, 살면 된다는 것
그저 하루하루 감사하며 삶이 그런거려니하며 시간도 감정도 체력도 모두 회사에 저당잡혀 일하다가
쓸모없어지면 튕겨져 나와 퇴직금으로 사기 당하지 않게 조심해서 그저 고독하고 조용한 노후를 보내다가
결혼은 못했으니 그대로 고독하게 어느날 아침 눈을 뜨지 않으면 축복받은 삶을 살았다 느낄 수 있을까.
왜 다시 이 괴로움이 찾아온 걸까
명상을 게을리 한 탓이겠지.
누군가 처럼 단순하게 그러려니 아무 생각없이 괴로움없이 살순 없을까.
뭐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건지
언제나 또 이렇게 "난 왜 이것밖에 안 되는건지" 답도 없다.
그러니 더 괴로울 수밖에
아무리 내가 애쓰고 노력해도,
모든게 나를 떠나간다는 그 사실
이 부질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