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정말 멋지고 아름답지만

딯을 수 없어서 땅으로 내려왔다.

by Noname

밤새 꿈을 꾸었다.


온갖 현실을 겪어낸 끝에 당도한 그곳은

하늘에 떠 있는 구조체였다.


환상 속의 성도 아니었고, 그저 철근으로 만든 네모난 골격과 그 위에 얹혀진 철판이랄까.

꽤나 넓지만 골격과 철판이 용접되어 있지 않아서 따로 놀았다.


중심 축으로 묶여 있기에 분리되지는 않았지만,

계속해서 중심을 잡아야 했기에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크지 않았다.


균형을 잃으면 바로 아래로 고꾸라질듯 직각에 가깝게 쏠려버렸다.


친구 둘을 데리고 가니 더 가관이었다.


우리는 각각의 영역에서 균형을 유지해야했기에 결코 서로 닿을 수 없었다.



"이곳은 정말 멋지고 완벽해. 해질녘에는 마치 타지마할을 연상케하는 지상의 건물들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노을이 물들곤 하지. 바람이 잠잠할때 이곳은 명상을 하기에도 요가를 하기에도 너무나도 좋은 곳이야."


그저 균형을 유지하지만 하면 그 모든 것이 깔끔하고, 정돈되었다.

균형을 잃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없었기에 무언가를 잃거나 엉망이 될 일은 없었다.



온전히 성층권의 바람을 느끼며 그저 조용히 휴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내내 불안했다.


그 고요와 정돈은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어쩐지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자,

땅 위에 너저분하고, 온갖 냄새로 가득한 세상을 내려다보게 되었다.



저 어두운 습지에는 집이 하나 있었다. 그 집에는 노파가 살고 있었다. 정원에는 온갖 꽃과 꽃나무들이 너저분하게 펼쳐져있었고, 강아지 한마리가 싸놓은 똥과 흩어진 온갖 도구들이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개비린내와 개똥냄새와 노인에게서 나는 냄새, 습지의 축축함, 풀내음, 온갖 벌레들의 걸리적거림

축축한 땅의 질척거림과 풀잎에 쓸려 생길 생채기들과


그 모든게 그리워졌다.



"나는 이제 그만 다시 내려갈래."


따뜻한 등잔을 피워 마중 나온 노파는 아무 말이 없이 나를 그집 마당으로 들였다.


발이 땅에 닿았다.

불안은 사라지고, 안도가 되었다.


집에 돌아온 느낌이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그럼 그냥 그대로 손절인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