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
분에 이기지 못해 팔을 위아래로 내려치던 그녀는 또다시 실을 끊어버렸다.
싹둑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돌아와서 만들어진 밀랍인형을 지하실 구석에 차곡차곡 밀어 넣었다.
그녀에게 밀랍인형은 소중한 보석과도 같았다. 그녀에게는 얼마 되지 않는 밀랍인형들이 멍하니 그녀를 응시한 채, 조금은 슬픈 표정들을 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표정을 이런 식으로 밖에 할 수 없는 거야.
종종 억지웃음을 지어 보이게 해야겠다고 쿵쿵거리며 인형들을 건드릴 요량으로 이 퀴퀴한 지하에 내려오지만 끝내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이내 돌아가곤 했다.
그녀가 그러는 이유는 하나였다.
언제 간 엉망이 된 얼굴로 지하실에 내려와 밀랍인형 하나를 안고는 엉엉 울고 있었다. 그렇게 울다가 갑자기 성이 났는지 인형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번, 두 번, 내려칠 때마다 인형은 여기저기가 찢기고 터졌다.
몇 번을 내려쳤는지, 그녀를 화나게 한 뭔가가 그녀의 몸을 빠져나간 듯 풀썩 주저앉더니 그 자리에서 또 한참을 망가진 밀랍인형을 어쩌지 못하고 또 한참을 손끝 하나 가져다 대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며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날부터 그녀는 밀랍인형들을 건드리지 않았다.
종종 지하실에 내려와 아련한 표정으로 옷가지에 핀 곰팡이를 솔로 닦아낼 뿐이었다.
해가 지날수록 그녀의 지하실에는 크고 작은 밀랍인형이 쌓여갔다.
그런데 어쩐지 공간이 가득 차는 날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밀랍인형은 그 자리에 있었던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곤 했기 때문인데, 그녀는 그 흔적 없는 공간조차 알아차리지도 못했기에 처음부터 없던 것과 같았다.
종종 어떤 밀랍인형들은 같은 얼굴을 하고는 표정이 미세하게 달랐다. 그녀답지 않게 한참을 자세히 보아야만 겨우 다르다는 걸 알아챌 수 있을 뿐인데도 수도 없이 집착적으로 채워 넣는 것이다.
하루는 머쓱하게 미소 짓더니 개수가 가장 많은 밀랍인형을 작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녀의 심장을 찢어 벌려놓고는 하나씩, 하나씩 핀셋으로 밀랍인형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괴로워했지만 입가엔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비명소리는 그녀의 심장 아래 공간이 가득 차고서야 멎었다.
그녀는 종종 그곳이 욱신거리며 아프다고 했다.
아마도 인형을 너무 많이 넣었거나
봉합할 때 실수가 있었던 것일 테지
어쩐지 그녀는 그 아픔을 즐기는 듯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