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닝이, 무심하게 당연한 듯 그러려니 했던 것들
1. "똑똑 똑똑, 차 앞으로 빼세요!!"
신경질 적인 노트 소리에 놀라서 옆을 봤다가, 창문을 내릴 틈도 없이 사라진 주차관리원님
회사 지하 주차장을 나오는 길은 2개이고, 가장 안 쪽 차선으로 진입해서 좌회전을 하기 위해선 좌측 차선에 대기하는 게 일종의 룰이다.
오른쪽 차선에선 직진 혹은 우회전 차량이 대기한다.
신경질적인 노크소리에 차 안에 같이 계시던 기술사님 두 분이 깜짝 놀라시길래,
"평소에는 이러지 않는데, 오늘따라 괜히 저러네요."
2. 비보호 좌회전 중에 직진해서 오던 택시의 신경질적인 경적
"저 택시 본인이 속도 늦춰 오면 되는 거고, 타이밍도 어긋나지 않는데 왜 저러는 거예요?"
"그러게요, 오늘따라 ㅎㅎ 모닝이라서 그런가 봐요!"
"아니... 그래도 저건 아닌데."
3. 먹자골목, "차 빼세요. 저쪽 공영주차장에 주차하세요. 여기 단속합니다."
냉정하게 굳은 얼굴로 고깃집 사장님의 핀잔에 "아예. 알겠습니다. 저 저쪽에 대고 올게요!"
사실 그 장소는 일전에 그 고깃집 사장님의 안내 하에 주차를 했던 곳이었다. 이미 다른 차들도 주차되어 있었고, 이 저녁 시간에 주차단속이 나오는 일은 없었다. 유독 나에게 그렇게 하시길래 나도 조금은 화가 났다.
17시 45분경이었다.
'기술사님, 오늘 괜찮으시면 술 한잔 어떠시냐고, B기술사님이 그러시네요. 괜찮으신가요? 내일은 시간이 안 되실 것 같아서...'
'아, 네네 감사합니다.'
급하게 회사 업무를 종료하게 된 탓에 이제야 소식을 전해 들은 B기술사님께서 저녁을 먹자는 메시지였다.
감사한 마음으로 알겠다고는 하였으나, 오늘따라 옷도 얇게 입고, 회사와 먹자골목이 거리가 있어 작고 귀여운 제 차로 이동하자며 셋이 이동하던 10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B기술사님께서 언짢은 심기를 드러내셨다. 평소 온화하고, 늘 웃으시는 모습이었어서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능력이 안 돼서 모닝 끌고 다니시는 것도 아닌데, 당장 차부터 바꾸세요. 제 와이프였으면 바로 차 바꿔줬을 거예요!!"
"에이, 뭐 여자운전자에 빨간 모닝 끌고 다니면 자주 있는 일입니다. 허허허."하고 웃자
못내 속상한 표정을 지으셨다.
"뭐, 낯 모른 저런 사람들이야 그럴 수 있는데, 가까이서 보는 사람들이 제게 그러는 건 참을 수가 없어, 퇴사합니다.ㅎㅎㅎ"하고 웃었다.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상아 기술사님이 그간 겪은 일에 비하면, 저는 뭐 아무것도 아니죠.." 하며 평소 아이스크림을 자주 사주시던 K기술사님도 토닥여주셨다.
"그렇죠? 저 정말 고생 많았죠 ㅎㅎㅎ "하면서 너스레를 떨면서
속없이 같은 고깃집에서 맛있게 고기를 먹고,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깊이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나서 차를 빼서 지나가는 길에 기술사님께서 담배를 태우고 계신 모습을 보고, 꾸벅 인사를 드렸다.
사이드미러로, 그 속상한 표정으로 담배연기를 내뿜으시며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갑자기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 속상해해 준 일이 있었던가,
적어도, 내가 보는 앞에서 어찌 보면 이런 사소한 일에 이렇게까지 속상해하는 걸 본 적이 있던가.
나 자신조차도 내가 당장 현금으로 지불해서 살 수 있는 차가 이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며 당연시했었는데
두 딸을 두신 B기술사님은 위로 누나가 7분이나 계시다고 하셨었다.
그래서일까, 내가 딸 같은 느낌이었을까, 누나와 같은 느낌이었을까, 본인의 와이프분 같은 느낌이었을까.
세상에 이렇게 온전히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어땠을까,
돌아가신 우리 아빠는 이런 모습들을 보고 하늘에서 얼마나 속상해하셨을까
마음이 아린다.
누구보다 스스로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나 자신에게
스스로에게까지 냉소를 지으며, 참아야지. 그래야 어른이지. 하면서 몰아세웠던 나 자신에게
다시는 누구도, 내게 함부로 할 수 없게.
더욱 단단해져야겠다고 다짐한다.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