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작버튼?

참을 수 없는 부분

by Noname

충청도 출신인 나는 어려서부터 애둘러 거절하는 고향 사람들의 성향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어쩌면 나는 충청도 사람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서울에 올라온 이후 연휴에 고향을 잘 내려가지 않는 이유도,

부모님께서 늘 '힘드니 내려오지 말어.' 하시는 말씀에 '응'하고 내려가지 않아 버릇을 했기 때문이다.


그 뒤에 그래도 보고 싶으니 오라는 숨은 의도 따위는 내겐 먹히지 않는다.


한번 물어보고 거절하면 끝인거지, 거기에 추가적인 비용을 지불할 생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종 내가 거절을 했을때 누군가 다시 물어봐주면 고마워서 다시 고민을 하긴 하지만 역시나 나는 애초에 좋은 마음으로 갈게 아니라면 동조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아무 소용이 없다.


고집이 쎄다고 해야하나.


최근 나의 발작버튼이 뭔지 정확하게 알았다.


맺고 끊음을 확실히하지 않는 대화는 그렇다쳐도

애매한 태도로 대답을 회피하는 것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걸 알았다.


물론 그게 거절의 의미라는 건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회피성 거절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히나 상대방이 거절을 할 땐 확실히 해줬던 경우,


뭔가 처리되지 않은 일을 계속 물고 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또한가지는 역시나 간보는 듯한 태도랄까.

일맥상통하는 구석이 있다.


간을 보고 있어서 대답을 회피하는 경우가 존재하는 법이니.

그 우순선위가 밀려 유보된 대답이 완전한 거절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느끼면서도 자주 참아주다가 어느 순간 확 터져버리는 거다.


그럴땐 애초에 '확실하게 대답해라.' 라는 식으로 상대를 다그칠 수 있지만

그런식으로 몰아세우기에는 또 상대방의 성향과 그의 우선순위를 존중해주자는 의도이지만


어쨌거나 그런 태도를 취하는 사람에게 감정과 시간과 말'이라는 에너지를 추가로 들이지 않는 담대함을 갖추는 방법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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