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어쨌든 자연에서 왔으니
지난 주말 같이 공부했던 기술사님 댁에 초대를 받아 방문했었다.
아마 그날 술을 마신 건,
입구에 있었던,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전', '카쉬전', '지구사진전'엽서들과
기술사 공부할때, 내 방을 가득 채웠던 3*5 책장에 가득 했던 전공서와 천상병시인의 시집에
마음이 활짝 열려서 라는 결론이 났다.
그리고, 기술사님께서 친구분과 함께 가꾼다는 텃밭에서 같이 수확한 쌈채소 한아름
오늘 운동을 마치고, 집에와서 닭가슴살 소떡을 먹으려다, 쌈채소 한아름을 소분하고
물에 씻어 함께 먹었다.
음식은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식단을 한다고, 다이어트 도시락과 닭가슴살, 톱밥에 질려있던 참이었다.
먹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기에 식단이 어렵진 않았으나,
4개월이 넘게 가공식품을 먹다보면 모든 가공식품의 맛이 똑같아 진다.
이젠 플라스틱 용기에 들어있는 모든 음식이 같은 맛으로 느껴지게 됐다.
아마 나오는 재활용품의 양만큼이나, 내 마음 속엔 부채가 쌓였는지도 모른다.
시골에서 자란 덕에 어린 시절에는 채마밭에서 바로 따 온
상추, 당근, 고추 등을 먹고 자랐다.
남당리가 가까워서 언제고 생물 생선을 먹었었다.
그렇게 잘 먹고, 잘 자라서 아마 신선한 음식에 여한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특히 대둔산에 들어가 허리디스크를 치유했던 2년 전만해도
고사리, 두릅, 고구마줄기, 각종 제철 나물은 정말 실컫 먹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7년 넘게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건
자연에서 나고, 자라서, 자연에 가까운 삶과 음식을 먹는게
마치 엄마의 자궁과 같은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술사님표 쌈채소를 정성스럽게 씻어서
닭가슴살 소떡을 분리해서 하나씩 싸먹었다.
몸이 예민한 탓인지,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맑아지고,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느낌이다.
쌈채소의 기운이 가득 내 몸을 감싸니, 머리 속에 깨끗해지고, 마음이 정돈된다.
이렇게 맑은 상태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면,
사람들은 그저 맑고, 아름답게 서로를 감싸 안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 밤 꿈에는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고수와 루꼴라를 한가득 텃밭에 심는 꿈을 꾸며
단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정갈하게 씻어 놓은 쌈채소처럼
자연의 순수한 기운을 있는 그대로 품고, 맑고 정갈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