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09 바프 찍으시려고요?

아뇨, 살려고요.

by Noname

2021년 11월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있는 나를 보고

사람들이 종종 묻는다.


"바프(바디 프로필) 찍으시려고요?"


대부분 운동을 꾸준히, 식단까지 하는 사람들의 목적이 바디 프로필로

멋진 몸을 남기고 싶어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본다.


다른 분들이 바디 프로필을 찍거나 말거나,

나는 그냥 운동한다.


사실 욕심이 나기도 한다. 그런데,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한 과정이 딱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나의 몸은 몸의 비율이나 골격이 바프 찍기에 썩 괜찮은 몸이 아니다.

아름다운 내 모습을 남기고 싶어!라는 목적이 여기서 한번 꺾인다.

미안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내 몸은 예쁜 몸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른 목적이 필요한데, 운동을 한 결과물로써 남기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정점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면, 그건 내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바프로 남길 내 몸의 모습을 3개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면

어차피 그 몸은 내 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유지할 자신이 없다. (전날 말했지만, 식단이 질려버렸거든...)


내가 이렇게 열심히, 꾸준히 운동을 하는 목적은 하나이다.

'살려고' 운동한다.


20대에도 나는 꾸준히 운동을 했다.

그때의 목적은 체력을 길러서, 더 늦게까지 좋아하는 친구들과 놀고,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내가 계획한 일들을 수월하게 해내기 위해서였다.


그때 나는 오뚝이, 혹은 무한체력, 혹은 에너자이저라는 별칭이 있었다.


운동을 3개월 이상 쉰 적은 거의 없는데,

기술사 공부를 하던 1년 3개월 동안은 하루 걷기 오전, 오후 30-40분 정도였다.


몸에 이상이 생긴 건,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운동도 안 하고, 식음을 전폐하다가

3개월 이상 일에만 몰두했던 그때, 비 오는 날 굽 있는 샌들을 신고, 3시간 이상을 걸었다가

발에 생긴 물집이 걸음걸이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순차적으로 발목, 무릎, 허리가 나갔다고 볼 수 있는데


사실,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로 입원한 기간 동안 나타났던 증상은 그 이상의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마음이 아프면 몸이 따라 아프곤 했다.

아마도, 툭 튀어나왔던 허리디스크와 목디스크보다

애써 괜찮은 척 감추던 마음의 아픔이 주워 담을 수 없을 지경으로 온몸에 흘러나왔으리라.


운동을 많이 했던 20대에는 별명이 이 긍정이었다.


뭐든 좋았고, 뭐든 괜찮았다.


그런데, 한번 건강을 잃고, 3년을 흘려보내 보니

뭐든 괜찮은 게 아니었다.


그냥 20대 때부터 운동이 좋아서 꾸준히 해왔을 뿐이고,

1.5년 간 서울 살이를 하면서

운동을 하지 않았더니, 살도 찌고,

스트레스로 섬유근육통 초기 증세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해서


정말 '살려고' 운동한다.

내 마음과 몸을 잘 모셔서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아, 그리고, 되도록 매일 꾸준히 하는 이유는

안 하면 더 안 하고 싶어 지니까.


안 하고 싶어지지 않게 되도록 매일 하는 것뿐


한정된 나의 자원(시간과 에너지)을 나에게 맞춰 효율적으로 쓰지 않으면,

어느 순간 스스로에게 집중하지 않았던 그 모든 순간과 시간들이

후회로 점철되어, 거절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그 시간보다도 더 고통스럽게

스스로를 옭아매고, 갉아먹게 된다는 걸 알아버렸다.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살지 않는다.


어차피 알고 있지 않은가.

남에게 보이기 좋은 모습으로 꾸며서 얻은 관계는

그 모습으로 남기 위해 꾸준히 꾸며내고, 애써야 한다.


그냥 그 모든 게, 내 삶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을 때, 나에겐 의미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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