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901 아마 우리가 만나기 위해

이 우주에 네가 존재하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기뻐

by Noname

우리는 세네갈에서 만났다


정확히는 한국국제협력단 해외봉사단 교육장에서 처음 만났지만


어쨌든 우리의 목적지는 세네갈이었다

그녀는 프랑스어 발음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누가 발음해도 그렇게 우아하고, 영롱하진 않을 거 같았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아플 때 같이 아프고, 관심사도 비슷했으며, 생각도 비슷했다


장염도, 전염병도 우린 같이 아팠다


그때 우리와 함께했던 물리 소녀 은미와 거북이 승민이


참 자주 비슷한 시기에 아픈 우리에게 감자죽도 해주고, 엉뚱한 말로 웃기게도 해주고


다 같이 건강하자며 우리는 헬씨녀라면서 아프면서도 그저 좋아서 시시덕거렸다


그냥 이 우주, 이 지구, 이 나라 어딘가에 너희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우리는 아마 서로를 만나기 위해 세네갈에 갔는지도 모른다


신이 있다면 “내 너희를 만나게 해 줄 테니, 일단 세네갈에 가보거라. 거기서 어린 왕자의 장미만큼 소중한 걸 찾게 해 줄게.”라고 말했을지 모를 일이다.


결혼을 해서 벌써 6살짜리 아드님이 있는 영희와 은평한옥마을에서 승민이가 쓴 책을 읽고, 은미는 잘지내는지 안부를 궁금해하며


밖에서 들려오는 개구리들의 노랫소리에

세네갈 유숙소에서 들었던 개구리 소리, 기억하냐며


살면서 잠시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저 이 세상에 함께 존재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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