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97 아이 잃은 엄마인 줄 알았네요

불안증

by Noname

"아이 잃은 엄마인 줄 알았네요.ㅎㅎ"


고향에 당일 치기로 다녀오던 참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생이 저녁에도 운동을 할 거냐고 물었고, 동생하고 헬스장에서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헬스장 앞에서 차를 세우고 톡을 보니 21시경에 집이냐는 톡이 와있었고, 힘들어서 운동을 가지 않겠다는 동생의 톡을 보고는 바로 집으로 왔다.


엄마가 싸준 곱창전골과 반찬을 들고, 집에 와보니 동생이 없었다.

낮에 엄마가 점을 보고 왔는데, 동생과 나는 그냥 두면 알아서 잘 사니 신경 쓰지 말고,

동생의 경우에는 '밤길만 조심하라'라고 했다고 했다.


우리 동네는 새로 조성된 마을이라 공사장이 많다. 작년 9월 초에 한 변태가 3층인 내 방을 밤에 3시간이 넘도록 지켜보고 있었던 사건도 있었고, 그런 연유에서 1.5룸인 이 집에서 동생이랑 같이 살게 되었다.


동생에게 톡을 했는데, 답이 없었다. 전화도 받지 않았다. 동생이 톡을 하고 1시간이 지난 시각이었다.


속이 울렁거렸다.

트레이너 선생님께 혹시 동생이 헬스장에 왔는지 톡을 드렸는데, 수업 중이신지 답이 없어

기다리지 못하고 헬스장에 가서 한 바퀴를 둘러보곤,

다른 선생님께 동생을 봤는지 여쭈었는데, 못 봤다고 하시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동생 남자 친구분에게 연락을 했다.

혹시 동생이랑 같이 있는지... 다행히도 동생은 남자 친구와 있었다.


동생이 20살 때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 분들은 동생이 술을 마시다 핸드폰이 꺼진 거 같다며, 위치추적 결과 마지막 찍힌 곳이 번화가 근처라고 했다. 그날 나는 동생이 돌아올 때까지 정신줄을 놓은 채로 한숨도 잠을 자지 못했다.




나의 7살, 유치원 졸업식, 그 평범했던 날에

5살짜리 남동생이 사라졌다. 남동생은 삼 일 후, 시신으로 발견이 됐다.


그 트라우마이다.


특히나, 내 눈앞에, 나와 늘 함께 하고, 연락을 유지하는 관계에서 집착을 하게 된 연유이다.

타인과 지속적인 연결 상태를 매우 불편해한다.

언제,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불안증


선생님과 통화 후, 나는 떨리는 손과 숨을 진정시켰다.

마침 SNS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봐야 그 소중함을 안다.'는 글이 바로 떴다.


누구와도 꾸준히 연락하지 못하는 이유, 특별히 애인이라는 존재를 만들지 못하고,

의연하게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센 척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누군가를 갑자기 잃을까 봐 너무 무섭기 때문이다.


참 큰 과제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태연한 척하고 헬스장에 갔지만

아마 헬스장에서 내 모습이 선생님 말씀대로 '아이 잃은 엄마'의 모습이었을 거다.

아마 또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또 평정심을 잃겠지.


이건 아무리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래서 툭하면 주변에 사람을 두지 않기 위해 도망을 쳐왔다.


이런 건 어떻게 극복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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