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95 사실은 등대지기도 꿈이었어

얼어붙은 달그림자

by Noname

초등학교 4학년 음악책에 ‘등대지기’라는 곡이 있었다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자고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얼어붙은 달그림자 물결 위에 비치며
한 겨울의 거센 파도 모으는 작은 섬
생각하라 저 등대를 지키는 사람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마음을


이 곡을 부를 때면 코끝이 시큰하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이 곡을 배운 날부터 나는 등대지기가 되고 싶었다.

외딴섬에서 홀로, 그리운 사람들과 손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는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지닌 사람


어두운 밤바다를 지키는 그 사명감과 사랑의 마음을 떠올리면 지금도 코끝이 시큰하고, 가슴팍이 따끈해진다. 아랫배도 알싸해지고


홀로 고독 속에서도,

사람들과 멀어져 잊히더라도,

그저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하는 그 뻔한 불빛으로

단 한 척의 배에게라도, 여기 한줄기 빛이 있다고, 길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그리하여 그 한 척의 배에 탄 낯 모를 누군가가 무사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지친 몸을 뉘이며 항해 중 보았던 밤바다의 풍경에 빛 한줄기를 굳이 기억해낼 여유도 없이 곯아떨어진대도


그렇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아, 지금은 무슨 욕심이 이리도 덕지덕지 붙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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