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94 아무 일도 없는 순간

오롯이 존재하기

by Noname


여름밤, 풀벌레 소리와 풀내음

한낮의 더위는 없었던 것 마냥

세상이 텅 빈 듯이 조용한 이 밤


아무 말 없이

아무 일도 없이

적막 속에서


반짝이는 별을 보고, 너희가 거기 있구나

풀벌레들의 합창 소리를 듣고, 너희가 거기 있구나

살랑 스치는 바람을 느끼고, 너희가 거기 있구나

집집마다 밝혀진 불빛에, 모두가 거기 있구나


문득 깜박이는 눈의 마주침이 느껴지면


아, 내가 여기 있구나


이 적막에, 이 고요에, 이 고독에

그리고 이 텅 빈 듯 꽉 찬 공간에


존재함이 없이

존재함에 감사합니다


아무 일이 없음에

나 역시 없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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