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93 통제 불가에 따른 무력감

내 작은 방

by Noname

작년 1월에 이사온 이 집에 꽤나 만족하고 지냈다.

그런데 지난 2월부터 동생과 같이 살면서 불만이 싹트기 시작했다.

동생은 정리정돈이나 청소를 하지 않는다.

음식을 먹으면 그자리에 그대로 일주일이 넘게 두는 경우도 있어서 온갖 벌레들이 꼬여, 나는 늘 '네 친구들'왔다며 놀리곤 했다.

20대에 같이 살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땐 나도 혈기 왕성했으니 나는 계속 치우고, 동생은 계속 늘어놓고, 치우라고 싸우면

동생은 '아니, 내가 지금 치우려는데 언니가 치운 거라니까?'하면서 되려 나를 탓했다.


삶을 살면서 가장 단순하고 쉽게 통제 가능한 항목은 다음과 같다.


1. 내 방

2. 내 몸

3. 내 감정


하지만 3번인 감정과 2번 몸의 경우에는 쉽게 통제되는 항목이 아니다.

1번 방만이 통제 가능하다.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결과를 가장 단시간에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항목이다.

몸 역시 통제가 가능하지만 어느 때엔 늦잠을 자버린다거나, 무거운 몸을 주체하지 못해 물건을 대충 놓는다거나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요즘 떠도는 이야기 중에 아래 3가지를 다하면 독한사람이라고 동생이 그러면서 나를 지목했다.


첫번째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옷을 걸어놓는 사람

두번째는 집에 들어와서 바로 씻는 사람

세번째는 먹자마자 설거지하는 사람


그런데 나는 세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고 독한사람이라는 거다.

그냥 우스갯소리인 줄을 알지만, 내 동생은 그렇게 적반하장으로 나를 탓하니 억울한 노릇이다.


아무리 내가 치워놓아도, 동생이 3시간만 머물러도 원상복귀가 되니

이젠 애써 못 본 척을 하지만 집에 있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해도 안 될 것 같은 무력감, 그리고 집이 스트레스가 되었다.


통제 가능한 물질적 세상의 한 켠은 이제 작은 내 방 하나 뿐이다.



아마, 집 안을 보고 있자니 이제 혼자서 그 모든걸 다 치우기엔 지치고,

그냥 해도 안 될 것 같은 무력감에 허덕이고 있다.


감정만 불쾌하게 떠돌뿐

그냥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불만족감을 이 집에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쯤 집이 지저분해도 그러려니하고 웃어 넘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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