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90 첫출근, 결

임원면접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by Noname

3주간의 휴식기를 보내고, 어젯밤 출근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악악 거리다가 겨우 잠들었다.


구석진 동네다 보니 마을버스는 만원이었고, 한 대를 보내고야 겨우 탈 수 있었다.

집 문앞을 나선 시각은 7시 13분. 회사 1층에 도착한 시각은 8시 28분


월요일 출근에 소요된 시간 door to door 기준 1시간 15분


퇴근시간 18시 12분 회사 문을 나서서 집에 도착한 시각 19시 13분, 총 61분


이 회사로 나를 불러준 오래된 지인 '보자간'이 잘 오고 있냐고 물으며 커피 한잔 하려냐고 했다.

'나 이미 좀비, 빨리 내려오시오.'


보자간은 벌써 두번째 나에게 일자리를 알선해줬다.

첫번째는 세네갈에서 한국에 돌아온 직후,

그리고 이번. 참 고마운 인연이다. 2009년 트위터에서 친해져서 보좌간 대신 '보자간!'라며 애칭을 붙여주었는데, 보자간답게 잘 보좌해주고 있다. 정말 고맙다 못해 오늘은 감동이 밀려왔다.


일전에 임원 면접을 볼 때, 부사장님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으셨다.

유투브에서 이런 말에 겸손하게 '감사합니다.'하고 끊으랬는데,

그날은 무슨 일인지 귀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런 말이 절로 나왔다.


'사람도 조직도 결이 맞아야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직을 결심했던 건 아니었지만, 다음에 이직을 하게 된다면 대학원을 조건 없이 보내주고, 교육지원이 잘되고, 업무와 연관된 교육을 들으며 발전할 수 있는 회사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와 결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조직.


뭐든 열심히 잘 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에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일과 공부의 업학일체가 되길 바랐다. 업학일체는 지어낸 말이다 ㅎㅎ


600여명의 사람이 모두가 나와 결이 맞을 순 없겠지만,

리더십 책에서 보면 팀만 서로 결이 맞으면 장기근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리 외부에서 좋지 않은 일이 생겨도, 내부에서만 으샤으샤, 더 잘해보자 하면 힘이 난다.

세네갈에 가기 전 회사는 고객사의 입장에 있는 회사였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모두 예의 바르고, 진중하고, 품이 넓었다. 그 회사에 다닐땐 참 즐거웠었다. 회사에 나가지 않는 주말이 심심할 정도였다.


물론, 그당시 우리팀 내에서 업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나 밖에 없어서 신나게 일을 했던 덕도 있었다.


어쨌든, 출퇴근도 익숙해지면 할만할 것 같다. 마을 버스 1번, 지하철 2번 환승 구간에는 직전 회사가 있는 지역을 거쳐 30분을 더 가야한다.


몸은 편했을지언정, 결이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곳은 그곳대로 건승하길 바란다.

내가 있던 곳이고, 애착이 없어서 퇴사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나의 작은 소견으로 첫번째는 그곳에서 나의 역할은 끝났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구성원들의 일부가 나와 결이 맞지 않았다. 조직이 재구성 되면서 주구성원과 맞지 않는 경우에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도 답이다.


오늘까지 윌라에서 들은 '생태적 전환, 슬기로운 지구 생활을 위하여'에서 생물의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다양한 개체들이 어우러져야 이 생태계가 균형있게 유지되고, 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다고.


나는 이전 직장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것일까?

아니, 되려 다양성을 인정받지 못해서 모난 돌처럼 정을 맞다가 지쳤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아주 작은 단위의 그룹이라도, 비슷한 결의 몇몇에 기대어 버틸 힘을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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