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먼저 다가가지 않는
퇴근 후, 비도 오고 남자 이상아라고 소개받은 대리님과 보자간과 함께 오코노미야끼를 먹으려다 대기가 길어서 오랜만에 떡볶이를 먹으러 갔다
두끼 떡볶이가 즉석떡볶이였다니 처음 알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말했다
‘뭐 이제 더 이상 먼저 다가가거나 하진 않아.’
2009년부터 나를 봐 온 보자간은 말했다
‘원래 저러지 않았는데 가스라이팅을 당하더니 그런 시기가 온 것 같다.’
그러고 보면 그 당시의 나는 스스럼없이 다가가서 먼저 인사하고, 밝게 웃으며 저는 이상아라고 해요! 라며 필요한 건 없는지 살피는 편이었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언니, 동생들이(그당시는 그렇게 부르는게 익숙했을 정도로) 회사의 마스코트라며 예뻐해 줬고, 장난도 잘 치고, 잘 웃는 편이라 친한 사람도 많았다
인간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것도 시절 인연이라 생각하고, 그때에 나름 즐겁게 최선을 다해서 관계를 맺다 보니 먼저 나를 찾는 사람들 위주로 관계가 이어져 온 덕이 컸다
낮에는 이전 회사와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기술사 동생이 이전 회사 담당자에게 나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다들 너무 좋다고 매우 좋은 평판이 형성되어 있는데 대체 언니가 왜 그 회사를 나오게 된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응 조직에 따라 원하는 역할이 다르고, 특히 윗분에 따라 좋은 평판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야
실제로 교육생 분이 내게 남긴 문의글에 대한 나의 댓글에 긍정적인 반응이 있자 그 즉시 그런 활동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은 적도 있었다
사람을 참 좋아하긴 했다. 근데 그게 너무 진심이라서 양면을 갖는다
인생에 그런 시기가 있겠지
나이를 먹으면 상대방을 보고 어떤 사람인지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진다고 했었다
사람 보는 눈이 생긴다고 하나
사회초년생부터 사람들이 피하라고 하는 분들을 직접 대하면서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었나 보다
그런 분들은 대체로 하고자 하는 의도와 본질을 존중해주고 공감하고 논리적으로 차분히 설득하면 나중엔 서로 우호적인 관계가 된다.
그런 경험이 다수 있었고, 절대적인 예외를 겪어보지 않았었기에 스스로 받아들이질 못하고, 최근 지쳤었나 보다
알면서도 조심스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인간관계도 너무나 열심히 진심이라서 나를 보호하기 위해선 무채색으로 있다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괜찮다고 생각이 들 때까지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듯하다
지혜가 쌓이는 걸까, 겁이 많아지는 걸까
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적당히 무게감 있는 현재도 괜찮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