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 파리
요즘 검은버섯날개파리가 난리이다.
경기도 고양시 일대는 이 파리로 인해 민원이 수없이 접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주말을 맞이해 가만히 누워 하늘을 보고 있자니
맑은 하늘에 짝짓기를 하며 날아 다니는 검은버섯날개파리, 시쳇말로 러브버그가 시야에 잡힌다.
지난 금요일 출근길에 버스정류장에서 나는 이들 중 하나의 시체를 밟았다.
굳이 밟았다고 하는 건, 그게 의도적이었기 때문이다.
한대의 버스를 보내고, 다음 버스를 기다리는 내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이 파리는 내 어깨며 팔이며 얼굴에 치대며 성가시게 굴었다.
각다귀 한마리가 사무실에 들어와도 무사히 내보내야하는 성미인데,
이날은 무엇 때문인지 은근히 약이 올라서,
바닥에 죽어있는 한마리를 의도적으로 밟았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려있다.
어차피 죽은 파리인데, 짝짓기를 마치고 혼자가 되어 바닥을 걸어다니는 이 녀석들을 볼 수 있는데,
아마 길을 걸으면서 수없이 밟았으리라.
그래도 의도적으로 죽은 파리를 또 밟은 건, 그게 내 의도였기에 마음이 편치 않다.
어차피 죽은 녀석이고, 어차피 죽게 될 녀석들인데 거기다가 괜히 화풀이를 한 것이니
동네 커피숍 앞에는 수천마리 정도는 되어 보이는 검은버섯날개파리의 시체가 있었고,
건물 주인 아주머니께서 아침부터 분주하게 바닥을 쓸고 계셨다.
'아유, 이 녀석들이 미국에서 나무를 잘못 수입해와서 우리나라에 들어온 애들이래요.'
주인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나니, 진위여부를 떠나서 갑자기 이 녀석들의 삶에 연민이 느껴졌다.
캔사스 외딴 시골집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무서운 사람들이 벌목을 해서 이 먼 한국까지 왔다는 이야기려나.
해충은 아니라고 하는데, 곧 방역이 실시되면 없어지겠지...
개체수가 많은 만큼 생존력이 강하지도 않고, 생존기간도 7-10일 정도로 짧다고 한다.
대둔산에 있을때는 '개벌레'라는 벌레가 봄에 극성이었다.
기후변화로 겨울이 따뜻해지자 살아남은 유충들이 대거 나타난 것이다.
친구가 말했다.
- 아주머니들께서 말씀하시는데, 저 파리들이 짝짓기를 하고 날아다녀서 사랑벌레라고 한대. 근데 왜 매스컴에서는 굳이 러브버그라고 영어로 말하는거야!' 라고 했다.
- 응, 외래종이래.
- 인정.
해충은 아니지만 시민들이 불편하다.
맞다. 불편하다.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아 돌아가면 좋겠다.
그러기엔 너무 늦었겠지.
모든 것이 잘 적응해서 제자리를 만들면 좋겠다.
물론, 검은버섯날개파리는 지금 너무 많긴하다.
곧 방역이 시작될거야, 너희는 마지막 까지 짝짓기를 하며 하늘을 날아다니겠지.
번식을 멈춘 인간들 대신 실컫 사랑을 나누며 하늘을 날다 좋은 곳으로 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