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것들
작년 9월이었다.
대둔산에서 심신치유를 한 지 5개월 즈음이 되자, 선생님께서 면허를 따야 하지 않겠냐고 하셨다.
금산이 전국에서 운전면허 취득이 가장 쉽다고 하는 소문에 당장 면허 학원을 등록했다.
필기시험을 보고, 도로주행 시험 준비를 위해 도로 주행 선생님을 만나 차에 올랐다.
처음 잡아 보는 핸들, 길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뻣뻣하게 앉아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들고
온갖 망상이 시작됐다.
"선생님, 저 도로주행 시험 바로 봐도 될까요?"
"어허! 앞에 봐."
"아니, 선생님, 저 시험 붙을 수 있을까요?"
"어허!! 앞에 보라니까"
"아니, 선생님, 이 코스를 다 외워야 하나요?"
"어허!! 네비소리 잘 듣고 하면 되. 그냥 순간 순간 할 것만 해"
잡생각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이 순간에 집중해서 운전해야지 다른 거 다 필요 없어.
마음공부 한답시고 산에 들어가서 5개월이 넘었는데,
나는 아직도 온갖 잡념에 휘둘리며 혼동의 카오스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도로 주행 선생님의 무뚝뚝하고 연륜 깊은 주름이 존경스러웠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때의 감동보다 더 진하게 우러나오는 깨달음이 있었으니,
올해 4월 중고차를 들여 운전하는데,
운전하면 할수록, 도로 주행 선생님의 "어허!"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이 "어허!" 소리는 내비게이션 도로 주행 점수를 올리는 보너스 아이템이랄까.
도로 주행을 배울 때, 이 정도면 합격할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는 정말 깐깐하고, 세심하게 "어허!"를 외치셨다.
좀 잘했다고 오냐오냐해주시며 대충 넘어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교육자의 마음과 가르침이 선생님의 "어허!"의 경지에만 올라가게 되면
정말 세상은 법이 없어도 아름답게 바뀔 것 같다.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콘텐츠라고 생각했다.
이틀 전 운전하면서 다시 떠오른 "어허!"하는 소리와 희끗희끗한 짧은 스포츠머리의 까무잡잡한 용상.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르치는 분의 사명감,
운전을 제대로 잘 가르쳐서
운전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리하여 교통사고 등의 문제를 줄이는 것
내게 온 교육생 한 명, 한 명, 정성을 다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잘 살아가게 하는 것, 티끌만큼이라도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내가 청소를 하든, 강의하든
그 무엇을 하든
내가 그렇게 받아왔으나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들을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도와주신 이 우주의 모든 존재에게
보답할 수 있다면, 섬길 수 있다면
이미 그것만으로 충분하구나
`일`의 가치는 목적도, 대상도, 방법도 아닌
단지 이 세상의 일원으로
나와 같은 모든 존재를 섬기는 것임을 깊이 깨달았다.
어허!
[나누는 학교]의 식사기도의 마음으로
"이 밥이 여기 내 앞에 이르기까지 수고해주신 햇님 바람님 물님 흙님 그리고 땀 흘리신 농부 어부님들과 이 음식을 만드신 분들의 정성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 밥을 먹고 힘써 나누며 살겠습니다."
그동안 큰일, 작은 일, 중요한 일, 하찮은 일, 따져가며 얼마나 번잡하게 살았던가.
온갖 시비분별로 일 자체를 재단하며, 나 자신을 재단하고, 사람들을 재단하고
은근한 우월감과 열등감으로 정작 중요한 것을 잊고 살았던
나의 삶에 참회한다.
우리 모두의 삶은 이미 그 존재 자체만으로 의미이니
우리는 이미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