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나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은
그야말로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어린 시절 누구나 코 혈관이 약해 코피가 난다지만
3년을 코피에 시달렸고 2년을 구토에 시달렸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혼자 내 엄지 속 가락을 얼마나 찔러댔는지 모른다
차라리 그 편이 편했는지도 모른다
이후로는 자전거 사고 자동차 사고가 3년에 한 번씩, 그 덕에 팔다리 신경통으로 혼자서 부항과 뜸을 열심히 했다
신경통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후에 괜찮아졌다
그러고는 봉사활동을 떠났는데 장염을 두 번 겪으면서 치열을 얻었다
치열로 1년을 정말 정신이 아득해질 만한 고통 속에 살았다
그런 일로 코이카에 요청해 치료를 받는 건 민폐라며 스스로를 얼마나 다그쳤는지
한국에 돌아와서 치열 수술 후에는 건강은 괜찮았다
단지 아버지의 병환으로 마음이 괴로웠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뒤론 허리디스크 목디스크
섬유근육통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뭐 다 고통스러웠다
고통스럽지 않은 평온한 날들을 추리기가 어렵다
오늘 점심을 먹고 문득
나는 지금 고통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코로나도 후유증도 너무 길고, 벌써 두 번이나 걸렸고
어쩌면 나는 아직도 내가 용서되지 않은 그 부분
그걸 부여잡고, 행복하길 거부하는지도 모른다
돌아오는 주말에는 부산여행이 계획되어 있었다
다들 좋아하는 여행인데
나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았지만
아무리 기억해내려 해도 “너무 좋았다.”거나 “또 가고 싶다.”하는 기억이 없다
어린 시절 “엄마 왜 우린 바닷가에 안가?”
라고 한 적이 있는데, 엄마가 그림 일기장을 찾아보라고 했다
놀라운 건 매년 바다에 갔었다는 거였다
기억해내지 못한다
행복한 순간들을 애석하게도 잊어버려야만 하나보다
인스타그램을 뒤적거렸다
행복해야 할 순간들이 무채색의 감정과 유채색의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마음이 아프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