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자고 싶다
약에 취해서 15시간 이상을 잔 걸까
지난 3월 코로나에 걸렸을때는
약을 처방 받을 겨를 없이 확진이 되어서
전화로 감사히 전달 받은 한약을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그러고 후유증이 있어 양약을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약을 먹었지만
이쯤되면 의문이 든다
이번엔 증상이 지난번보다 심했던 걸까
약 덕분에 일주일만에 목아픔과 근육통이 사라진건지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이면 되는건지
잃어버린 일주일은 3월이나 이번이나 다름이 없고
생존모드에서 나의 본성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제로에 가깝게 작용한다는 것도 같고
어차피 세상은 나 하나쯤
어둠 속을 헤매이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것도 없고
그냥 아픈 사람만 손해인데
내 시간만 축나는 꼴이다
동생은 면역이 되어서 코로나 증상 전날 나와 같이 밥을 먹었음에도 확진이 되지 않았다
코로나에 면역체계가 굳건하지 못한 열성인자라는 것도 알겠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병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건
아빠만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는게 나에게 이로운 일일까
아마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엄마는 늘 내게 불만이었다
다른 집 애들은 잘만 크는데 너는 왜 그모양이냐고
그래요 제가 좀 몸도 약하게 태어나서 열등하죠
그래도 살겠다고 이것저것 하는데도 이모양인걸 어쩝니까
차라리 죽든지 하고 질러버린 엄마의 신세한탄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아파서 누워있는 걸 정말 보기 싫어하면서
엄마 역시 늘 아팠다
그래서 누가 아픈걸 보는게 매우 괴로운지도 모른다
열등한 치부를 들키버리는 거니까
그런데 웃긴건 아프기라도 해야 그나마 욕이라도 들어먹으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다
따뜻하고 온전한 집안에서
자라는 건 이렇게 중요한 일이다
살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느 순간 족쇄처럼
그럴바엔 그냥 죽어버리라는 말이 심장에 싸늘하게 박혀서
자기 자신조차 냉혈하게 비난해버린달까
그렇게 15시간 이상씩 잘거면 죽는게 낫지 않냐고 말이다
금방 또 잊어버리고 씩씩하게
잘 살겠지. 잡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