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844 마지막 남은 약 한봉지

그만 자고 싶다

by Noname

약에 취해서 15시간 이상을 잔 걸까

지난 3월 코로나에 걸렸을때는

약을 처방 받을 겨를 없이 확진이 되어서

전화로 감사히 전달 받은 한약을 먹으며 일주일을 버텼다


그러고 후유증이 있어 양약을 꼭 먹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뒤늦게 약을 먹었지만


이쯤되면 의문이 든다

이번엔 증상이 지난번보다 심했던 걸까

약 덕분에 일주일만에 목아픔과 근육통이 사라진건지

약을 먹지 않아도 일주일이면 되는건지


잃어버린 일주일은 3월이나 이번이나 다름이 없고

생존모드에서 나의 본성은

인간에 대한 믿음이 제로에 가깝게 작용한다는 것도 같고


어차피 세상은 나 하나쯤

어둠 속을 헤매이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질것도 없고

그냥 아픈 사람만 손해인데


내 시간만 축나는 꼴이다


동생은 면역이 되어서 코로나 증상 전날 나와 같이 밥을 먹었음에도 확진이 되지 않았다


코로나에 면역체계가 굳건하지 못한 열성인자라는 것도 알겠다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병을 피해갈 수 없다는 건

아빠만 봐도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운동을 하지 않는게 나에게 이로운 일일까

아마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안 좋은 상황이 되었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엄마는 늘 내게 불만이었다

다른 집 애들은 잘만 크는데 너는 왜 그모양이냐고


그래요 제가 좀 몸도 약하게 태어나서 열등하죠


그래도 살겠다고 이것저것 하는데도 이모양인걸 어쩝니까


차라리 죽든지 하고 질러버린 엄마의 신세한탄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아파서 누워있는 걸 정말 보기 싫어하면서

엄마 역시 늘 아팠다


그래서 누가 아픈걸 보는게 매우 괴로운지도 모른다

열등한 치부를 들키버리는 거니까

그런데 웃긴건 아프기라도 해야 그나마 욕이라도 들어먹으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는 거다


따뜻하고 온전한 집안에서

자라는 건 이렇게 중요한 일이다


살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어느 순간 족쇄처럼

그럴바엔 그냥 죽어버리라는 말이 심장에 싸늘하게 박혀서


자기 자신조차 냉혈하게 비난해버린달까


그렇게 15시간 이상씩 잘거면 죽는게 낫지 않냐고 말이다


금방 또 잊어버리고 씩씩하게

잘 살겠지. 잡초처럼

작가의 이전글마흔-845 아직 1/4도 안 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