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편이 나을지도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한정거장 미리 내렸다
잘못내렸다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이다
방향을 잡고는 걸어가기로 했다
8시 32분 출근까진 28분이 남아있고
15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복잡한 지하철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빠져나오는 길이 더 힘들었기에
다시 돌아갈 순 없었다
선택의 자유가 있었다
28분이라는 시간이 내게 보장해주는 선택의 자유가 새삼 고마웠다
길가에는 본연의 기능만을 하는 군더더기 없고, 볼품없는 모양새의 알수없는 전자장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사이 볼트와 너트 같은 것들도 있었다
볼트와 너트가 기계를 조이고, 연결하듯
사람도 사람 사이를 그렇게 기능하겠지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 기능하는 걸까
아무 의미는 없지만 그 아무 의미없는 삶의 자각을 매우기 위해서
그냥 의미도 생각도 자각도 없이
그저 조여지고, 연결하고, 기능하고
그와중에도
너와 내가 주고 받는 말이
희망이 되고, 꽃이 되고, 빛이 되고, 푸르른 하늘이 되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