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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838 잘못 내려서 걸었다

이편이 나을지도

by Noname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한정거장 미리 내렸다


잘못내렸다

어디로 가야할지 헤매이다

방향을 잡고는 걸어가기로 했다


8시 32분 출근까진 28분이 남아있고

15분 정도만 걸으면 된다


복잡한 지하철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빠져나오는 길이 더 힘들었기에

다시 돌아갈 순 없었다


선택의 자유가 있었다

28분이라는 시간이 내게 보장해주는 선택의 자유가 새삼 고마웠다



길가에는 본연의 기능만을 하는 군더더기 없고, 볼품없는 모양새의 알수없는 전자장비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 사이사이 볼트와 너트 같은 것들도 있었다


볼트와 너트가 기계를 조이고, 연결하듯

사람도 사람 사이를 그렇게 기능하겠지



무엇을 위해서 우리는 서로 기능하는 걸까


아무 의미는 없지만 그 아무 의미없는 삶의 자각을 매우기 위해서


그냥 의미도 생각도 자각도 없이

그저 조여지고, 연결하고, 기능하고


그와중에도

너와 내가 주고 받는 말이

희망이 되고, 꽃이 되고, 빛이 되고, 푸르른 하늘이 되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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