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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34 개와 고양이의 시간

천사들

by Noname

지난주 여행 간 친구의 집에서 고양이 꾸와 함께 했다

친구의 정성 가득한 메모와 주전부리와 다정한 마음에 몸이 심하게 아팠음에도 행복했다


꾸는 낯을 가리는데, 아픈 내 곁을 맴돌며 함께 해줬다

늘 같은 표정의 꾸가 벌러덩 누워 애교를 부리면 그렇게 행복하고, 아픔 따윈 아무것도 아닌 게 됐다


꾸와 함께 한 사박오일을 보내고, 바로 의정부에 사는 친구의 생일을 갔다


그 집에는 미미라는 강아지가 있다

친구와 나는 말이 없었지만

두통과 위통으로 모든 기력이 쇠한 내 곁에 미미가 찰싹 붙어 배를 긁으라고 했다


그저 반려동물의 털끝을 만지작 거리며

운이 좋으면 바짝 기대어 앉은 친구들의 온기를 느끼는 것만으로


아픔은 절반이 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느낌


어린 시절 시골 우리 집엔 늘 하얀 강아지가 있었다

시골에서는 귀신을 쫓는다는 미신 하에 하얀 강아지를 기르는 집이 많았다


말없이 꼬리를 흔들어주고, 언제든 발라당 드러누워

그들의 가장 약한 부위인 배를 보이며 좋아할 때면


나는 늘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를 이토록 반기고, 그냥 나여서 좋아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


오늘은 김이나 작가님의 “보통의 언어들”을 들으며 출근을 했다


필력도 필력이지만 글 자체에 묻어있는 따뜻함에

나의 사려 깊은 친구들이 떠올랐고, 이내 가슴 깊은 곳에서 가득한 따뜻함이 불 지펴졌다


눈물이 맺혔다

정말 너무 고맙다



V3가 깔리지 않은 컴퓨터

선을 긋는다는 모양을 만드는 것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라고
알리는 행위이며 현실적 차이를 인정하기 위한 것이다

선이 없다면 모양 없는 액체 괴물과 같다

역리고 약한 못나고
부족한 나의 어딘가에 닿았을 때
나의 이곳은 이렇게 생겼어하고
알리는 것이다

잘나고 관대한 곳은
시원하게 트여있을 테지만 말이다

오래된 하루하루가 만들어낸 결과


사려 깊게 나의 모양새를 미리 알아봐 주고 배려해주는 내 친구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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