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831 수면 위로

한껏 숨을 쉬어보자

by Noname

내일은 심리상담을 예약해 놓은 날이다


두번의 코로나 확진 이후,

건강한 삶을 다시 생각해보았고,

올 상반기 독기가 바짝 오른 채로

스스로를 보채고, 괴롭혀왔다는 걸 깨달았다


어린 시절부터 컴퓨터와 관련된 걸 배우는 것 외에는

욕심을 부린게 없었다


꼭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았다


마흔이 가까워지면서

나는 내 삶에서 이룬게 하나 없다는 조급함이 앞섰다


살면서 어른들에게 들어온 잔소리들이 쌓이고 쌓여

그들에게 사랑받고 싶었던 만큼

뒤늦게 그 잔소리들에 부합하고자

물건의 앞면을 가지런지 정리하는 작은 일부터

성공 해야한다는 압박감을 스스로 만들어냈다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나보다

그들의 사랑이 그렇게 내게 표출된만큼

내 자신을 사랑하는 건강한 방법을 몰라서

그들의 잣대가 사랑인것마냥

그 잣대에 맞추도록 스스로를 종용했다


나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러니 사랑해 달라고)


절친한 지인께서 그러셨다


“그런 상담을 받으시는 것 자체가 이제 정말 건강해지신거에요.”


그러고보면 불안한 감정과 정신을 인정하기 어려워서

어딘가 아프고, 부족한 건 너무나 열등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알면서도 상담을 받기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어딘가 아프고, 부족한 건 열등한게 아니라 그냥 그런거라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



대학생때부터 한결같이 곁에 있어준 샤샤님을 만났다


내가 너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너는 감정기복이 심하다기 보다, 장애물을 만났을때 극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과정이 한참을 돌아오는 것 같다고


그 다정하고, 예의가 차려진 말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다


다 끼리끼리야, 우리 다들 어딘가 하자가 있는 친구들끼리 만난거니까, 너나 나나 다를게 없어.


(괜찮아)



늘 그랬다. 서로 다른듯 같은 언니가 곁에 있어준 덕에 나는 늘 힘을 낼 수 있었다.


카페를 하는 친구가 그랬다


이렇게 행복한 기억으로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을 살 힘을 얻는다고


맞아,


설사 저 심해를 헤매이더라도

살짝 손을 뻗어 숨 한번 크게 들이 쉬게 해주면

그 숨 덕에 심해에서 수면으로 스스로 헤엄쳐 나올 수 있었다

오늘도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마흔-832 아빠는 거기서 뭐하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