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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28 적당히 그리고 먹는다

워터파크는 10년 만인가

by Noname

친구들과 3주 전에 오션월드에 가기로 했다가 코로나에 걸리는 바람에 가지 못했었다


그리고 오늘 여름이 가기 전에 가야한다며 다녀오게 되었다


대체로 여름에는 덥기도 하고, 사람도 많아서 놀러가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십 몇년 전에 캐리비안베이를 한번 가본 기억 밖엔 없다


그러니 크게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며칠전 본부장님과 점심식사를 하다가 주말에 오션월드에 가기로 햤다고 말씀드리니, 아이와 같은 표정으로 오션월드 놀이기구가 얼마나 재밌는지 이야기를 해주신 덕분에 조금 기대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가본 오션월드는 재미있었다

심리상담을 받기 전이었다면 그렇게 기대를 한다거나 재미을 느끼지 못했을거다


아직 듣지못한 인강과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면 조급한 마음에 놀러가자는 친구들의 다정함이 때로는 귀찮게 느껴지도 했었다


그리고, 아마 그런 조급함과 시간을 알차게 써야한다는 생각에 더 열심히 놀았겠지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뭐든 열심히 해서 심지어 노는 것도 열심히 노는 아이였다


예전같으면 놀이기구를 타겠다고 줄을 서 있는 시간 조차 아까워했던 나인데, 힘을 빼니 그저 친구들과의 수다가 재미있었다


적당히 놀기로 마음을 먹진 않았다

아마 그렇게 마음 먹었다면 적당히 놀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겠지


적당히 여유를 부리니 사람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잠깐 낮잠도 자보고 하릴 없이 주변을 걸어도 보고 그저 그곳에 많은 사람들 중 하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요즘들어 사람들이 밥 먹는 모습을 보면

활동을 하기 위해 밥을 먹는 모습이 그렇게 신기했다

물론 나 역시 밥을 먹는 사람이지만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맛있게 밥을 먹는다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휴게소에서 식당에서 때론 편의점에서


요가 친구는 늘 제철음식 제때 맛있게 먹는게 행복이라며 우리가 몇번의 계절을 더 나고, 이 음식을 우리 생에 몇번이나 더 먹을 수 있겠냐고 말하곤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는 행복감

그걸 이제야 느끼게 됐다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혹은 나 자신을 위해 허기진 배를 채우는 그 행위가 삶에 대한 거룩한 의식과도 같이 여겨졌다


워터파크에 온 사람들은 즐거워보였다

여기 존재하는 사람들 중 가장 멋진 사람은

가장 많이 환호를 지르고, 가장 많이 웃은 사람이려나


아니아니, 그저 적당히 내게 주어진 양껏

존재한 모든 사람들이겠지


좋아하는 자연 풍경을 실컫 봤다

아름다운 나무들과 덩쿨들과 들꽃들과 새들을 봤다


몸이 조금 지칠때마다

하늘을 보고, 나무들을 보고, 들꽃들을 보고, 새들을 보면 그들 덕에 기운이 난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라는 캠페인 문구가 머리 속을 맴돌았다


그리고 내 몸과 마음도 푸르게 푸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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