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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829 나는 약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by Noname

아무것도 하지 않기

상담선생님께서 주신 과제 중 하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기이다.

조급하게 뭔가를 하려는 마음이 올라오면 알아차리고,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일이다.


다른 과제는 운동을 매일 한시간만 하는 것!


아프고나서 12일만에 피티를 하는 날이었다.

오래만에 운동을 하자니, 아침부터 들떴다.


피티를 받는 동안, 피티선생님께서는 오래 쉬셨음에도 수행능력이 그대로라고 칭찬해주셨다.

땀을 흘리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이전에는 근육의 통증을 아픔으로 느꼈다면, 오늘은 아픔보다는 즐거움으로 느꼈다.


운동을 하면서도 통증을 아픔으로 받아들이며 스스로를 학대했다는 걸, 어제 상담을 통해 알게되었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누워있는 동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할때면 늘 켈리클락슨의 'stronger'를 무한 반복으로 들으며

나는 강하다, 나는 강하다! 라면서 되뇌이곤 했었다.


내 귀는 매우 작은 편인데, 이렇게 귀가 작은 경우 허약한 체질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걸 증명하듯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많이 아팠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는 아픈 나를 업고, 먼 거리에 있는 보건소에 가거나 누군가에게 부탁해 차를 얻어 타고 가셨다고 했다.


그렇게 아이가 10년이 넘게 아프면, 당연히 엄마도 지쳤겠지.


엄마는 다른 아이들처럼 건강하지 못한 내게 종종 폭언을 하거나,

다쳐서 나타난 나의 모습을 못 본척, 무관심으로 일관하신 적도 있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 아프거나 다치는건 열등한 일이고,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거라는 인식에 크게 지배받고 있었다. 아프면 사랑 받지 못해... 하지만 엄마는 늘 아프면서 아빠에게 관심을 갈구했다. 우리에게도.


그게 대물림이 되었는지, 내 심신은 자주 아팠다.


세네갈에 있을 때, 내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자 그당시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자기 관리 제대로 해.'라며 면박을 준적이 있었다.


글쎄, 그런 인식이 내가 아플때마다 더 강해져야한다는 강박이 된 것 같다.

20대부터는 하루에 2-3시간 씩 운동을 하는게 습관화 되어있었고, 주말이면 7시간을 넘게 운동을 하곤 했다.



새삼 그런 행동들이 선천적으로 약한 나의 몸을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행동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약하다.


그리고 약한 내 자신을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약하지만 꽤나 멋진걸.


여러분 저는 약하고, 자주 아프고, 자주 다치곤해요.

그렇지만 이런 나이기에 스스로를 단련한답니다.


건강 측면에선 그렇고, 정신적인 측면에서 몇번 명상에 관한 글을 썼음에도,

정신 운동인 명상을 게을리한 걸 반성한다.


그렇지만 자책은 하지 않기로 하자.

그리고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분들의 따뜻한 걱정과 염려를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것같다.


그동안은 아플때 누군가가 연락을 해오면 그들의 다정한 말을

'으이구, 아프기나 하고. 넌 정말 그것 밖에 안 되는 구나.'라는 식으로 필터링해서 들었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존재=엄마와 동일시 하면서 그런 따뜻하고 다정한 말이 내 인식에는 없었었나보다.


그래

모든게 약하게 태어난 나이지만,

지금까지 잘 버텨오지 않았나.


심지어 더 나아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 않았나.


나는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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