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아는 360도
어린 시절부터
문득 문득 답답함을 느꼈다
타인에 의해 ‘너는 이러이러한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들을때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인간의 속성이 그 몇마디 말로 규정될 순 없다고 생각했다
대체로 그러하다는 말이라는 걸 알지만
그때마다 나는 상대방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반증을 보여주곤 했었다
어찌보면 어린 시절 자신의 다른 모습을 들킬까 두려운 나머지 파괴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줬는지도 모른다
나는 어두웠고, 밝았다
나는 친구가 없는 듯했지만, 어느 곳을 가든 친구가 많았다
미움 받는듯했지만 굉장히 사랑 받았다
우리는 360도의 자아를 가졌으며
타인에게 잠시 관찰된 스펙트럼의 한 가닥으로 설명이 불가한 존재이다
그 한가닥을 강요 받을 때, 나머지 359도의 다양성이 파괴되고, 크나큰 괴리를 겪게 된다
비단 타인만이 아닌 본인 스스로가 바라는 자아상에서도 같은 일이 발생한다
그걸 가스라이팅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음식은 골고루 먹으라면서
왜 360도보다도 더 섬세하게 나뉘어 구성된 한 사람의 인격을 인정해주지 않는가
프리랜서로 일할 때,
파트너가 나에 대해 내린 평가는
“모든 면이 좋지만, 단지 감정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였다고 한다
사실 어제 상담을 받기 전까지
그리고 여러 글들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감정기복이 있다는 것은 죄악처럼 느껴졌다
그저 기쁘면 웃고, 슬프면 울었을 뿐인데
다 큰 어른에게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
사회생활에서는 그것이 타인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
누가 정한 거지
상담선생님은 그런 사람도 있는거라고 했다
어찌보면 조직에서 다루기 쉽고, 뭘 시켜도 군말없이 혹여라도 관리자가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게 혹여 로봇과도 같은 존재를 원했을 수 있다
사실 관리자급이 되면 그저 묵묵히 시키는 일 제대로 하는 팀원이 편한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이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바람아닌가
애초에 감정기복이 없기 위한 전제는
상호 존중과 배려, 잘 숙련된 전문적인 역량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한다
그 파트너는 내가 몇차례 이야기한 위험을 무시하고, 일을 진행했다가 잘못되자 나에게 뒤집어 씌웠고, 그때 나의 눈을 바라보지 못한 채, “잘 좀 합시다.” 라고 말했었다.
그때 나는 말없이 경멸과 혐오의 표정을 여과없이 그녀에게 드러냈었다
그래도 많이 참은건데
어쨌든, 잘 배운 사람들의 예의바른 태도와 전문성은 유연한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해준다
회사에서 사람들은 내게 에너지가 넘치고 밝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운동을 공유하는 인스타계정에서의 나와
북스타그램 계정에서의 각각의 책을 읽은 수많은 나와
일상을 기록하는 블로그
기술을 이야기하는 블로그
그리고 나라는 사람 자체를 기록하는 브런치까지
수무히 많은 내가 존재한다
어쩌면 나의 열정 넘치고, 다정한 모습만을 선택해서 노출한다면 현실에서와 같이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랑하는 나는
이 모든 나이기에
읽어주심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