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흔-821 커널형 이어폰

단절

by Noname

중학생 시절부터 커널형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그당시 소니에서 나오는 커널형 이어폰이 성능이 좋다고하여 용돈을 모아 샀던 기억이 있다.

서울에서 샀을 법도 하지만 용산에서 속아 가짜를 사고 나서는 그냥 차라리 인터넷구매를 했던 기억이 있다.


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하다 교통사고가 두번 났지만

그래도 커널형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을 순 없었다.


그당시엔 그저 둥둥 울리는 베이스 소리가 좋아서라고 생각했다.

설정도 베이스를 증폭시켜 들리도록 해놓고 다녔었으니까.


둥둥거리는 베이스는 커널형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소리를 막아줬던 거였다.


세상과의 단절


에어팟 광고를 보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켜자마자

등장인물이 자신만의 다른 세계에 있는 듯한 모습이 펼쳐진다.


그는 혼자다.


그리고 나 역시 혼자였다.

내가 이어폰을 빼는 경우는 아무도 없는 시골길, 풀벌레 소리를 듣고 싶을 때 뿐이었다.


에어팟 프로가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 잠수하고 있는 듯한 적막이 불편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잠수하고 있는 듯한 그 적막이 가장 편안했다.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렇게 라도

사람들의 틈에서 벗어나있었다.


핸드폰에 배터리가 없어 음악을 재생할 수 없어도,

에어팟 만큼은 귀에 꽂는다.


그래야, 나는 홀로 존재하는 편안한 세상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상담 이후로는 종종 이어폰을 끼고 있지 않게 됐다.

그리고 매일 아침하던 스트레칭도 하루 오분 일기도 글쎄 지난 금요일에는 아예 까마득히 잊어버렸지 뭔가

평일에는 그러기 쉽지 않은데


여튼 즐거운 일을 하라고 하신 상담선생님의 말씀대로

즐거울만한 일을 하며 보냈다.


운동을 했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고, 운동을 하고는 하루 종일 잤다.

주말이 이렇게 단조로워도 되는건가싶지만 판단하지 않기로 하였으니


무조건 잘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마흔-822 볕이 쨍할수록 그림자는 찐해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