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야기
꿈을 자주 꾸는 편이다.
요즘따라 꿈에 가족이 나오는데
엊그제는 엄마가 나오셔서 78만원짜리 곱디 고운 한복을 사겠다고 하시는걸
묵묵히 따라다니는 꿈이었고,
어젯밤에는...
시골 외할머니 댁은 벽돌로 겨우 구색을 맞춘 판자집이었다.
무당이셨던 할머니는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기찻길 옆에 사셨다.
그 덕에 아주 어린 시절에는 기차에서 창밖을 보는 사람들에게 손을 하염없이 흔들어 인사를 주고 받곤 했었다.
그리고 TV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소리지르고 짜증을 내며 볼륨을 최대치인 100까지 올리는 사춘기가 되어있기도 했다.
그런 가난한 집에 도둑이 몇번 들었었다.
나는 늘 할머니는 혼자서, 도둑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두려움에 자는 척을 하셨을까 아니면
정말 깊이 잠이 들어서 도둑이 온지도 몰랐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 왕래가 있던 집이라, 아마 도둑은 면식범이 확률이 높을거 같은데, 대체 누가
가장 안쪽에 있는 장롱 서랍의 벼룩의 간과도 같은 금부치를 가져갔을까 싶었다.
그리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그 집은 사라졌다.
꿈에 그 집이 나왔다.
일자로 길게 만들어진 그 집은 창고까지 네칸이었는데, 외부로 나있는 문이 세개였다.
꿈에서 내가 건넛방에서 가족들과 있을때,
안방에서 우당탕 소리가 났고,
나는 후다닥 안방으로 뛰어들어갔다.
안방에 나있는 문 바깥에 검은 어둠 속에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꿈속임에도 힘을 다해
"아빠"하고 불렀다.
아마 그 소리는 실제로도 난것같다.
그리는 이내 후회했다.
저 도둑이 만약 칼이도 들고 있다면
아빠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 저 도둑에게 칼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스쳤다.
차라리 내가 칼을 맞는게 낫겠어.
꿈을 꾸면서 자주 바로 앞전의 내용을 취소하곤 하는데
이번만큼 간절한 적은 없었다.
나는 아빠를 부르지 않았어. 아빠는 오지 않아도 돼.
다쳐도, 죽어도 내가 막을거야.